전상경 교수 "공매도 차단 답이 아니다..공매도 추종이 문제"

김소희 기자 2021. 1. 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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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투자자, 일 평균 34억원 더 벌어
공매도거래 따르는 ‘추종매도’가 문제
"불법 공매도 차단은 문제의 본질 아냐"

"공매도제도 자체를 ‘나쁘다’고 가치판단 내릴 수는 없습니다. 불법 공매도를 차단한다고 현 사태가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공매도제도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는 그 나라의 자본시장 여건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시장 거래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21일 만난 전상경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교수는 이달 임은아 박사와 공동으로 논문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를 발표했다. 2016년 6월 30일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수익금을 비교해보니 공매도 투자자는 일평균 24억원을 수익을 냈던 반면, 신용거래 투자자는 1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내용의 논문이다.

전상경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공매도와 신용거래는 동전의 앞뒤와도 같은 관계다. 주가 상승을 내다보는 투자자는 돈을 빌려서 주식을 매입(신용거래)하고, 주가 하락을 예측하는 투자자는 주식을 빌려서 주식을 매도(공매도)한다. 주가가 오르면 신용거래 투자자가, 주가가 내리면 공매도 투자자가 수익을 얻는다. 만약 국내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주가가 오르내리는 동안 이들의 수익은 얼추 비슷해야 한다.

그런데 전 교수가 신용거래와 공매도 잔고를 분석해보니 일평균 34억원의 수익 차이가 났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비중이, 신용거래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돈이나 주식을 빌려서 투자하는 거래 방식에서 외국인·기관보다 개인이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전 교수는 이들 수익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교수는 "공매도 수익이 월등하게 많은 이유는 공매도 투자자의 영향력이 신용거래 투자자의 영향력보다 크기 때문"이라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공매도 투자자를 따라서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이 가속화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매도 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서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식과 다른 관점이다. 전 교수는 "실제 공매도 대금 규모는 신용거래 대금 규모에 비해 두 배나 적다"면서 "자체 자금 규모만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려면 신용거래 투자자가 더 많은 수익을 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공매도 투자자를 과잉 신뢰하고 ‘추종 매도’할 수밖에 없는 국내 주식시장의 일부 후진적인 거래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재 정부와 정치권, 개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 차단책은 사태를 해결하는 본질적 접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공매도와 신용거래 사이 수익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매도 투자자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신용거래 투자자보다 크기 때문이다. 공매도 투자자의 수익성이 월등하다는 뜻은, 공매도 거래가 일어나면 이후 주가 하락이 뒤따랐다는 의미다. 이는 공매도 투자자를 따라 주식을 파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를 ‘추종 매도’ 현상이라고 부른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한 투자자의 행동이 다른 투자자의 선택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추종 매매가 강하게 나타나는 시장은 비효율적인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논문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 발췌. 상승기에는 신용거래가, 하락기에는 공매도거래가 수익을 낸다. 하지만 주가가 등락하는 횡보기에는 공매도거래가 신용거래에 비해 수익이 압도적으로 많다./전상경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제공

공매도 투자자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면 주가가 내려가지 않을까.
"그건 아니다. 연구 결과 거래대금 규모로 비교하면 전체 시장 거래 금액 가운데 신용 거래 금액 비중이 7.95%로 공매도 거래 금액 비중인 4.5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거래대금에 따라 수익이 결정됐다면 신용거래 투자자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쳐야 했다. 오히려 4.52%에 불과한 공매도 거래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는, 그만큼 공매도 투자자를 따라서 매도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공매도 투자자가 정보력을 기반으로 공매도에 나섰고 실제 악재가 발생해서 주가가 하락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은 추가적인 연구과제로, 후속 연구가 곧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공매도 투자자가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를 수행한다고 가정하기 어렵다. 상장폐지 가능성, 유상증자 진행 상황,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물 출회,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도) 등 악재가 나온 기업을 생각해보자. 이곳 투자자들은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향후 추가 악재가 나오지는 않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종목에 공매도가 이뤄진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이를 따라가기 쉽다. 현재 나온 연구결과만 따져봤을 때는 이런 형태의 추종매도로 공매도 거래 투자자의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합리적이다."

추종 매도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후진적인 주식시장 거래 시스템으로 공매도 투자자가 과하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우선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이 상당 수 거래되고 있고, 유상증자, CB·BW 매물 출회 등의 악재가 진행되는 기간이 너무 길다. 일반 투자자는 정보가 부족하니 공매도 투자자의 매도 행태를 과잉 신뢰하고 따른다. 국내에 장기 투자문화가 정착되지 못해서 공매도 거래를 주로 하는 외국계 롱·숏 에쿼티 헤지펀드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쉬운 환경이기도 하다."

현재 주식 차입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넣는 무차입공매도는 불법이다. 대량 매도 주문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불법 공매도 차단을 위한 적발시스템을 구축하고 처벌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 교수는 이런 노력을 두고 "한계가 있는 접근"이라면서 "공매도 문제의 본질은 불법 공매도 차단이 아닌 후진적인 거래 시스템 개선"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공매도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공매도 문제는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무차입 공매도는 증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단순 실수로 ‘일회성 이벤트’인 경우가 많다. 공매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영향력도 미미하다. 공매도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은 이뤄져야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는 공매도 투자자의 예측력과 분석력을 맹신하고 추종하는 투자문화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공매도 투자자의 시장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은.
"기업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벤트가 실행되는 절차를 축소해야 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유상증자 발행가를 결정하는 절차가 불필요하게 길다. 또 CB나 BW로 인한 신주 매물 출회가 나타난 기업의 경우 추가 매물이 어느 정도 나올지 수급 정보를 공개해야 투자자의 불필요한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는다. 공매도 투자자가 영향력을 미치기 쉬운 상장폐지 위기 기업은 오히려 거래소에서 적극 정리해야 한다."

제도 하나 개선한다고 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들린다.
"동의한다. 이들 과제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적 접근이 공매도의 선기능을 실현하는 근본적인 접근 방법이다. 문화적으로 공매도 투자자를 추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꿔나가야 한다. 애널리스트가 매도 보고서를 내기 꺼리는 문화가 오히려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추종심리를 강화한다. 애널리스트가 오히려 기업의 악재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깜깜이’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단기 투자행태를 보이는 공매도 투자자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장기 투자의 혜택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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