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텝 준비 중" 황인범, 러시아에서 큰 그림 그린다 [한만성의 축구멘터리] 

한만성 2021. 1. 2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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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피지컬이 돋보이지 않는 내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 되는 곳”

▲루빈 카잔 이적 후 첫 시즌 전환점 돌았다
▲유럽 진출 후 첫 시즌 성적은 16경기 3골 4도움
▲"하루하루 열심히 하며 월드컵 생각만 한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작년 상반기까지 북미프로축구 MLS에서 격동의 시기를 보낸 황인범(24)은 드디어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다. 지난 8월 루빈 카잔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 도전에 나선 그는 경쟁력 있는 팀에서 동유럽의 명장 레오니드 슬러츠키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겨울 휴식기에 돌입한 황인범은 바로 귀국해 약 한 달간 모처럼 국내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는 지난 2019년 12월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한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뒤, 당시 소속팀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복귀한 후 무려 1년간 여러 가지 이유로 귀국길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황인범은 밴쿠버 복귀 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며 캐나다 정부가 외국인 입국 금지령을 내리며 시즌이 중단된 기간에도 귀국하지 못했고, 여름에는 바로 유럽 진출을 추진한 터라 북미에서 즉시 러시아로 건너갔다.

황인범이 '골닷컴 코리아'와 전화로 단독 인터뷰를 한 20일(한국시각)은 그가 올겨울 한국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었다. 이번 인터뷰는 그가 공항으로 향하기 전 코로나19 검사 결과지를 받으러 가는 길에 진행됐다.

#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유럽 빅리그 기준으로도 압박 강도는 정상급

러시아 진출 후 반 시즌을 소화한 황인범은 지난 9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축구가 다시 재밌어졌다. 한국에서 최문식 감독님 밑에서 한 재밌는 축구를 되찾아가는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그는 어느새 유럽 진출 후 '허니문' 기간을 거친 후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해 자신이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월드컵, 빅리그 진출을 위해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러시아 리그는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팀들이 빠꾸가 없어요(웃음). 재고 이런 거 없이 그냥 돌진하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러시아 선수들이 워낙 피지컬이 좋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걸 좋아해서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아시다시피 저는 체격조건이 좋은 편은 아닌데, 거친 리그에서 뛰면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지, 거친 선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서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리그에요."

"경기를 뛰어봐도 템포가 굉장히 빨라요. 저는 월드컵을 꿈꾸는 선수인데, 이렇게 경기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리그에서 뛴다는 건 장기적으로 다음 스텝을 생각해야 하는 저한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거 같고. MLS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굉장히 좋잖아요. 그런데 MLS는 약간 개인 플레이 위주라면, 제가 봤을 때 러시아 리그는 조직적으로 경기를 하는 거 같고요. 또 매 경기 팀간 서로 압박 싸움이 굉장히 강력해요."

황인범의 말대로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는 전반적으로 매 경기 압박 강도가 매우 강력하다. 올 시즌 유럽 5대 리그의 압박 강도 기록(PPDA, 수비 동작 1회당 상대의 패스 연결 횟수 평균치)을 보면 스페인 라 리가가 10.1회, 이탈리아 세리에A가 10.8회, 독일 분데스리가가 11.3회, 프랑스 리그1이 11.5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가 12.6회를 기록 중이다. PPDA는 수치가 낮을수록 압박 강도가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록이다. 올 시즌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는 경기당 평균 압박 강도가 10.7회로 유럽 5대 리그와 비교해도 라 리가 다음으로 볼을 획득하기 위해 펼쳐지는 싸움이 치열하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리그 랭킹만 봐도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는 유럽 5대 리그의 뒤를 이은 바로 뒷자리인 7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6위), 네덜란드 에레디비지(8위), 벨기에(9위),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10위)와 함께 매 시즌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 진출팀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탄탄한 리그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유럽 5위 리그에 속한 속칭 '빅리그' 구단들은 러시아 리그에서 늘 영입할 선수를 스카우팅한다.

# 슬러츠키 감독의 '당근과 채찍'

이처럼 경쟁력을 인정받는 리그에서 황인범이 지난달 시즌 전반기를 마친 후 러시아 TV '스포르트24'가 선정한 올 시즌 최고의 이적생 일곱 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건 매우 고무적이다. 실제로 현재 황인범의 팀동료이자 현지에서 가장 유망한 측면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크비차 크바라츠켈리아(19)는 1000만 유로(약 134억 원)가 넘는 이적료에 빅리그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언론 보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크비차는 제가 봐도 많이 기대가 되는 선수죠. 어떤 선수가 될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처음 왔을 때부터 이 선수랑 같이 경기하고, 운동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이긴 하죠. 우리 팀에 많은 공격수들이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나이도 어리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그런 선수들이 많은 거 같아요. 드리블이 굉장히 좋고, 개인 기량이 좋은데 그걸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을 조금 더 잘해준다면 진짜 좋은 선수가 되고, 팀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죠."

"그런데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똑같은 시도를 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성향이 같이 뛰는 동료로서는 가끔씩 답답할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안 되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멘탈은 어떻게 보면 부럽기도 한 거 같아요. 한국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혼나면서 축구를 하다 보니까 한번 실수하면 주눅 들고, 옆에 있는 쉬운 곳으로만 패스할 때가 많은데... 여기 어린 선수들을 보면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고,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고 하거든요. 문화가 뒷받침이 돼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니까. 장단점은 있겠지만 부러운 면도 있는 거 같아요."

루빈 카잔의 수장 슬러츠키 감독은 황인범에게 경기장 안에서 팀을 이끌어주는 리더, 즉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서는 황인범이 슬러츠키 감독의 '애제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황인범을 따로 불러서 "네가 더 잘해줘야 한다"고 질타하며 자극을 준다고 한다.

"전반전 경기력이 안 좋을 때는 감독님께서 라커룸에서 화를 내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항상 저한테 따로 오셔서 '네가 더 해줘야 한다. 네가 더 잘해줘야 우리 팀이 더 잘하고, 네가 못하면 우리 팀도 어렵다'고 말씀하시면서 책임감을 심어주세요. 어떻게 보면 그게 좋지 않은 상황이고, 제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항상 이런 상황에서 '감독님이 나를 많이 믿어주시는구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은 제가 모든 상황에서 경기에 관여해주시기를 원하세요. 제가 늘 팀의 중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감독님이 때로는 조금 더 이기적으로 했으면 한다는 마음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바라시는대로 제가 슈팅도 더 자주 가져가고, 패스도 더 공격적으로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휴가 기간에도 개인 훈련은 충실하게

황인범은 유럽 진출 후 경험한 치열하게 경쟁을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누린 1년 만의 휴식은 시즌 후반기, 그리고 2021년을 도약의 해로 삼는 데 꼭 필요했던 소중한 재충전을 할 시간이었다. 단, 그는 귀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도 개인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황인범은 지난 11월 대표팀 차출 기간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오스트리아에서 갑작스럽게 자가격리를 해야 했던 경험이 오히려 겨울 휴식기를 알차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에 오자마자 자가격리를 2주나 하는 동안… 너무 재밌게 했어요 사실(웃음). 오스트리아에서 10일 정도 격리할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틀어박혀 있는 거 같고, 쉽지가 않았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격리하기 전부터 준비를 진짜 많이 했거든요. 집에서 제가 혼자 지냈는데 자전거, 로잉머신, 덤벨로 운동할 수 있는 물건은 다 준비했고. 컴퓨터 세팅까지 다 해버려서 진짜 격리 시간이 빨리 갔어요. 격리라는 게 진짜 답답한 거잖아요. 아무것도 못하고 밖에도 못 나가고 있어야 되니까."

"격리가 끝난 후에는 가족, 친구들, 여자친구 만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었고. 코로나로 상황이 안 좋아서 조심하면서 최대한 가족이랑 시간을 보냈고요. 원래 비시즌 때 한국 들어오면 서울에서 운동을 하는데, 이번에는 서울이나 수도권이 너무 상황이 안 좋아서 대전 본가에서 지내면서 운동 프로그램을 트레이너형한테 받아서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걸 했어요. 그리고 또 강아지랑 놀면서 시간을 보냈죠. 저는 항상 쿠버(밴쿠버에서 뛰던 시절부터 키우게 된 강아지 이름)가 평생 저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는 털 때문에 절대 키우면 안 된다고 하셔서... 저랑 형이 이제 밴쿠버에서 엄마아빠 몰래 데리고 와서 키웠는데, 지금은 부모님도 얘를 너무 예뻐하시고(웃음). 그렇게 됐죠."

# 일본 축구의 기대주 사이토와 조합 이룬다…아쉽게 무산된 루빈 카잔의 한국 선수 영입

황인범은 루빈 카잔이 겨울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터키 안탈리아에서 새로운 팀동료를 만나게 된다. 이는 바로 일본 축구의 기대주이자 루빈 카잔이 쇼난 벨마레에서 영입한 중앙 미드필더 사이토 미츠키(22)다. 이미 러시아 언론을 통해 알려진대로 루빈 카잔은 올 시즌 전반기 황인범의 활약에 만족감을 내비치며 그와 중원에서 조합을 이룰 한국, 혹은 일본 선수를 물색했다.

루빈 카잔의 선택은 일본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사이토였다. 사이토는 전형적인 일본 미드필더라기보다는 중원에서 상대와 강하게 충돌하며 볼을 쟁취해 최대한 간결하게 패스를 연결해주는 역할이 돋보이는 미드필더다. 사이토의 합류는 그동안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오간 황인범이 더 공격적으로 팀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영입이다.

"일본 선수, 특히 일본 미드필더라고 하면 대부분 공격적이고, 패싱 능력이 굉장히 좋고, 세밀하고, 볼을 예쁘게 차는 선수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사이토는 영상을 봤는데 굉장히 터프하고, 진짜 많이 뛰고, 수비적인 역할을 잘하더라고요. 저랑 같이 뛰면 서로한테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많이 기대되는 게 사실이에요. 저는 일본 선수랑 한번도 뛰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올해로 프로 7년 차 선수인데 처음으로 일본 선수랑 같이 한 팀에서, 그것도 유럽에서 일본 선수랑 같은 팀에서 뛴다는 게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많은 기대를 하고 있고요."

"대표팀 갔을 때 형들이나, (황)희찬도 보면 유럽에서 일본 선수를 만나게 되면 항상 잘 지내더라고요. 형들이나 희찬이는 일본 선수들이 '진짜 한국 애들 같다'고 얘기했어요. 서로 도움도 많이 주고. 사이토 이 친구는 이제 처음 해외 생활을 하는 거잖아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도움을 줄 게 있다면 최대한 주고 싶고요. 서로 경기장에서 특히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만나서 대화도 해보고 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대로 루빈 카잔은 사이토 영입을 시도하기 전,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신예 선수를 먼저 노렸다. 단장이 직접 에이전트를 통해 황인범에게 한국 선수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해당 선수와의 협상은 상당 부분 진척됐다. 그러나 끝내 루빈 카잔은 이 선수가 활약 중인 K리그 구단과의 이적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후 루빈 카잔이 차선책으로 택한 선수가 바로 최근 영입한 사이토다.

"선수 추천 요청을 받았을 때, 솔직히 너무 많은 선수들이 생각이 났어요. 젊은 선수를 추천해달라길래 제가 가장 좋은 선수들로 추려서 추천을 했는데, 그 중에 단장님이 가장 마음에 들어한 선수가 있었어요. 단장님은 그 선수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고, 이적료와 연봉 협상까지 가긴 했어요. 그런데 그 선수의 구단 측에서 요구한 이적료가 걸림돌이 된 거 같아요."

"저는 그 선수의 가치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유럽 팀 입장에서는 그 선수가 어렸기 때문에 큰돈을 주면서 모험을 하기에는 조심스러웠던 거 같아요. 요즘 대다수 구단의 경제적 상황이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잘 안 됐었던 거 같아요. 저는 많이 아쉬웠죠. 저랑 같이 뛸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어쨌든 제가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무대에 한국 선수가 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안 됐다는 게 아쉬웠어요."

# 절친한 김문환의 MLS 진출, 그리고 그리운 대표팀 홈 경기

황인범이 국내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이,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 소식이 전해졌다. 해외 진출의 주인공은 황인범의 대표팀 동료 김문환이 MLS의 강팀 LAFC 이적이 확정됐다. 김문환은 홍명보, 이영표, 김기희, 황인범에 이어 MLS에서 활약하게 된 다섯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그러나 이 중 황인범은 불과 지난여름까지 MLS에서 뛰며 가장 최근 북미 무대를 경험한 선수다. 게다가 그는 장거리 원정이 필수적인 MLS에서 활약하며 대표팀 일정까지 병행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한국 선수다.

이뿐만 아니라 MLS는 여러모로 한국 선수에게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은 무대다. 반복되는 장거리 원정은 물론 인조잔디 경기장, 상용비행을 이용해야 하는 탓에 이동 일정이 불규칙한 점은 김문환이 MLS에서 활약하며 이겨내야 할 과제다. 황인범 또한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그가 MLS에서 겪은 어려움은 대표팀 차출 시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황인범은 김문환의 LAFC 이적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환이형뿐만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MLS에 대해서 많이 물어봐요. 오퍼를 받은 선수들도 있었고, 관심을 받는 선수들도 있었는데. 저한테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저 자신이 그런 상황에 있는 선수라는 게 사실은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어떤 리그든 이 리그를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라는 건, 한국 선수들이 이적을 준비하고 고려하는 과정에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영광이라고 생각하고요. 문환이형이 물어봤을 때, 사실 저는 더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주고 싶었어요. MLS에서 다른 팀이라면 몰라도 형을 영입하려는 팀이 LAFC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더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줬어요."

"MLS에 많은 팀이 있는데, LAFC는 제가 항상 베스트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환이형한테 더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주고 싶었지만, 외국에서 그렇게 축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솔직히 MLS로 간다면 원정거리, 인조잔디 같은 변수가 많잖아요. 저도 그런 것 때문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있으니까 또 쉽게 말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돌려가면서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현실적으로 안 좋은 얘기도 해줬었고. 다만, 제가 해줬었던 얘기는 '국내에서 형을 진짜 원하는 팀이 있다면 K리그 안에서 움직이는 게 맞을 수도 있겠지만, LAFC는 국내 이적이 잘 안 됐을 때 대신 갈 곳으로 생각할 만한 그런 팀은 아니다'라고 얘기해줬고. MLS에서 웬만한 팀이 LAFC를 만나면 경기력으로 게임이 안 될 정도니까요. 그리고 경기장이나 홈 경기 분위기를 생각하면, 문환이형이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거기서 할 수 있을 거에요."

"제가 LAFC에 계시는 벤(LAFC 구단에서 일하는 재미교포 2세 벤 씨, 한국명: 지세훈)님한테도 얘기했던 게 '문환이형은 팬이든 구단이든 정말 이뻐할 수밖에 없는 선수, MLS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 될 수 있는 선수'였거든요. MLS가 문환이형한테 많이 좋을 거 같아요. MLS는 윙이나 공격 쪽에 진짜 좋은 선수들이 많잖아요. 문환이형한테는 수비적으로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가서 잘하는 일만 남은 거 같고. 문환이형 이제 영어만 쓰더라고요. 최근에 만났는데 '하와유?'이러고(웃음)."

황인범은 2019년 대전을 떠나 밴쿠버로 이적할 때는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달린 22세의 어린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어느덧 대표팀 주전 자리를 꿰찬 데 이어 유럽파 반열에 올라섰다. 이제는 유럽에서 소속팀에 대표팀 동료 영입을 추천하고, 이적과 관련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경험을 보유한 선수로 성장한 황인범이다.

"작년 11월에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너무 설레였죠. 진짜 행복하게 훈련했거든요. 너무 오랜만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만난 것뿐만이 아니라 너무 오랜만에 한국사람들을 만났었어요 저는. 너무 행복하게 생활하면서 훈련했고, 몸도 괜찮았었는데 아쉬운 상황이 벌어지면서 선수들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두 경기를 치렀죠. 올해는 3월, 6월 경기가 있어야 되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저는 대표팀에 간다는 게 항상, 늘 너무 기대가 되고 하루빨리 또 소집이 돼서 그 치열한 훈련 분위기, 즐거운 훈련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고. 또 상암에서 팬분들 6만 명이 들어오셔서 경기를 하는 영광을 빨리 다시 누리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월드컵... 월드컵이 내년인데, 저한테 월드컵은 늘 간절하게 생각하는 존재죠. 너무나도 큰 꿈이기 때문에, 항상 그것만 바라보고 있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 선수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에요. 그런 개개인의 간절한 마음이 잘 모여서 우리 한국 대표팀이 흥민이형, 의조형, 그리고 그 위 형들을 중심으로 하고, 거기에 저희가 잘 따라간다면 꼭 월드컵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은 월드컵을 향해 가는 길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서 국민 여러분,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면서 잘 해나간다면 분명히 좋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FK Rubin Kazan
글/인터뷰=한만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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