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단 무책임하게 해체했던 신세계가 프로야구단을 인수한다고?

최형창 2021. 1.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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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 인수를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25일 "SK텔레콤과 프로야구를 비롯해 한국 스포츠 발전 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프로스포츠와의 인연이 원만하지 않아서 프로야구 진출을 곱게보지 않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스포츠계에서는 여자농구단을 무책임하게 해체했던 신세계가 프로야구단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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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2012년 팩스 한 통으로 여자농구단 해체
인천 SK와이번스 인수로 다시 스포츠계 진입노려
업계 "이번에도 성적 안나오면 헌신짝 취급할텐가"
지난 2020년 9월 SK 와이번스 선수단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 인수를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세계가 과거 여자프로농구를 운영했을 때 무책임하게 리그를 떠난 전례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25일 “SK텔레콤과 프로야구를 비롯해 한국 스포츠 발전 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K 와이번스의 대주주인 SK텔레콤도 같은 반응을 내놓아 매각 협상중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양사는 매각대금 규모 등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채권단이 두산베어스 가격을 2000억대로 책정한 만큼 비슷한 언저리에서 계약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 모기업은 이마트가 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이전부터 야구단에 관심을 보여왔다. 스포츠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예전부터 야구단에 관심이 많아서 키움 히어로즈 인수 등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스포츠와 유통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프로스포츠와의 인연이 원만하지 않아서 프로야구 진출을 곱게보지 않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신세계는 여자프로농구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했다. 국가대표 센터 출신의 정선민을 앞세워 1999년 겨울리그, 2000년 여름리그, 2001년 여름리그, 2002년 겨울리그를 제패한 바 있다.
하지만 정선민의 이적과 주전의 노쇠화 그리고 구단의 투자 부진 속에 팀 성적은 내리막을 걸었다. 그리고 2012년 4월 팀 해체를 선언했다. 15년 간 이끌던 팀을 단 번에 없애버린 것이다.

프로스포츠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시 비시즌 중에 갑자기 다음 시즌부터 팀을 해체하겠다고 팩스 한 통으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통보했다”며 “사전에 어떤 언질도 없이 팩스 한 통으로 팀 해체를 전하는 모습이 스포츠계에선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팀을 운영할 때 선수 영입 등에 있어서 굉장히 인색했다”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성적이 나빠지고 모기업에선 굳이 스포츠단을 운영할 필요성을 못느껴 손들고 나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2월 구리체육관에서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쿨캣과 KDB생명의 경기 장면. 뉴시스
이 때문에 스포츠계에서는 여자농구단을 무책임하게 해체했던 신세계가 프로야구단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한다. 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스포츠를 무시했던 기업이 야구단을 맡겠다고 하는데 여기에서도 성적이 잘 안나오면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것 아닌가”라며 “프로야구는 다른 프로스포츠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팬층도 두터운 데 과거 농구단 해체할 때와 같은 마인드로 진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세계의 인수 자체가 패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포츠 마케팅 업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얼마에 사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보면 프로야구 시장은 고객들이 구단을 좋아하지 않고 선수를 좋아한다”며 “모기업이 아무리 열심히해도 구단과의 연결고리가 약하다. 비즈니스 극대화를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라면 패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NC다이노스처럼 구단주가 야구단 보유 자체에 의의를 두면 모를까, 비즈니스적으로는 접근하기엔 너무 비관적이다”라며 “삼성을 보면 한 때 모든 프로종목의 선두를 휩쓸었는데 지금 보면 초라하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기장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신세계·이마트가 인수해서 티켓 가격이라도 올린다면 팬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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