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지분투자부터 지배구조개편까지..현대차그룹-애플의 '설설설'

김능현·박시진·강도원 기자 nhkimchn@sedaily.com 2021. 1.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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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생산설 이어 현대모비스 지분 취득설
순환출자 해소 전기차 동맹 장미빛 전망도
애플 철저한 비밀주의.."주가, 단기급등 유의해야"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모습/서울경제DB
[서울경제]

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의 자율주행전기차 협력설이 제기된 이후 현대차(005380)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유동성 장세에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이라는 초대형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012330), 현대글로비스 주식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다. 심지어 시장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애플의 지분투자 등 확인되지 않는 ‘설’이 시나리오로 둔갑해 확산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했다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을 입증받았다는 점에서 호재임이 분명하지만 실제 협력이 이뤄질지, 이뤄지더라도 어느 정도 수위가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며 “소문에 휘둘리기 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플, 왜 현대차그룹에 손 내밀었나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손을 내민 이유는 우선 현대차그룹이 부품 조달부터 완성차 제작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몇 안되는 완성차 업체라는 점이 꼽힌다. 현대차는 자동차의 기본 원료인 철강부터 주요 전장부품까지 계열사 내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

여기에 북미, 유럽,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전세계에 걸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애플카의 생산 판매에 용이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개발한 몇 안되는 완성차 업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3~4종의 E-GMP 기반 전기차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시장에서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손을 잡을 경우 우선 미국 조지아의 기아 공장이 애플카 생산 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가 특히 현대차그룹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한때 기아차(000270)의 애플카 생산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기아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계 전문가는 “애플과의 협력이 성사된다면 기아의 조지아 공장을 활용하거나 그 인근에 별도 생산시설을 지어 애플카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카 생산설이 돌고 있는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 전경/서울경제DB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까지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애플간 협력을 넘어 지분투자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상호 지분 스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애플과의 지분 교환을 지난 2018년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차(17.3%)→현대모비스 라는 순환출자 구조로 짜여져 있다.

애플카를 기아차가 생산할 경우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애플이 매입하거나 현대모비스 지분과 애플카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끊을 수 있다는 게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가 애플이 보유하게 되는 모비스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을 보유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떠돌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있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처분하는게 가장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심지어 “현대차 지배구조의 핵심인 모비스 지분을 애플이 소유하게 되면 양사가 사실상 동맹을 맺는 셈”이라는 희망섞인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모비스 지분을 애플이 보유함으로써 협력의 주도권이 애플로 넘어가는데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주식은 ‘꿈을 먹고 오른다’지만···투자 주의해야

애플과의 협력을 지배구조 개편으로까지 연계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가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대 주요 대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내년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가 지분을 30%(상장사) 이상 보유한 기업에서 20% 이상 보유한 기업으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의선 회장과 그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9.9%)을 10% 가량 팔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개편할 때 받는 혜택 중 하나였던 대주주에 대한 과세이연(주식을 팔 때까지 양도세 납부를 유예해주는 것) 특례가 내년부터 사라지고,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어떻게든 해묵은 숙제인 지배구조 개편을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준다.

유안타 증권에서 예상한 현대차지배구조 개편안

하지만 시장에서는 2018년에도 현대차가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로의 개편을 추진했다는 점,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던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꼼수’처럼 비춰지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최근 애플과 관련된 확인할 수 없는 소문들이 너무 많이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며 “다만 애플이 워낙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 및 전기차 전 공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업체로 일본 도요타, 중국 지리차, 독일 폭스바겐 등과 협업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느 업체와 협력을 하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능현·박시진·강도원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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