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는 구조조정, 전기차 생산도 배제.. 한국GM·르노삼성 위기감 고조

변지희 기자 2021. 1.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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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각국의 친환경차 정책에 발맞춰 전동화를 서두르는 가운데,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3사는 전기차 생산 물량을 받지 못해 우려를 낳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만 생산하다가 생존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제너럴모터스(GM), 르노그룹 모두 전동화를 위해 사업 재편에 나선 상황이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3사는 당분간 국내에서 내연기관 위주로 공장을 가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로는 각각 볼트와 조에가 있는데, 두 차종은 모두 본사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2020년형 볼트EV./한국GM 제공

한국GM은 GM 본사의 중장기 계획상 최소 2027년까지는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7년 2월까지는 스파크EV가 한국GM 창원 공장에서 생산됐으나 단종된 이후에는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올해 출시될 볼트EV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볼트 EUV'도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할 방침이다.

르노삼성도 SM3 Z.E를 작년 말까지만 생산하면서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가 사실상 사라졌다. 르노그룹의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일반 전기차와는 용도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마저도 협력사에서 위탁생산하는 방식이다.

쌍용차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쌍용차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이자 준중형 SUV인 E100을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놓은 상황이어서 E100이 출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GM과 르노그룹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이어서 한국이 생산기지로서의 경쟁력을 잃게 되면 생존 여부도 불투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생산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강도 높게 체제를 재편하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부분은 비용을 절감하고 미래차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특히 GM은 수년 전부터 이같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2015년에는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했고, 2017년에는 오펠·복스홀 브랜드를 매각했으며 2018년에는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작년에는 노조와의 갈등을 계기로 2100억원 규모의 인천 부평공장 신규 투자를 보류하면서 철수설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특히 부평2공장은 2023년 이후 신차 배정 계획이 없다.

한국GM은 군산공장 철수 당시 산업은행과 '10년 투자 계획'을 약속했기 때문에 당장 철수는 못하겠지만, 철수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국내 사업을 몇 년에 걸쳐 정리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기차 생산 기지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면 이같은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르노 조에./르노삼성자동차

르노그룹의 경우 지난 14일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면서 르노삼성을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곳으로 지목했다. 업계에서는 이후 곧바로 르노삼성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언제라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우 닛산 로그 생산이 작년 3월로 종료되면서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80% 급감한 상황이다.

내수와 수출을 더한 전체 판매 대수와 생산 물량은 각각 11만6200여대와 11만2200대로, 2004년(판매 대수 8만5100대, 생산 대수 8만910대)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친환경차 정책들로 자동차 업체들이 전동화를 서두르도록 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자동차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가솔린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2030년, 영국은 2035년부터 판매를 금지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전기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GM이나 르노가 해외 공장에 물량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도 본사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계획에서 한국 공장들이 배제된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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