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13년 수익률 220%..급기야 경찰 출동한 샤넬 매장

홍다영 기자 2021. 1.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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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정오 무렵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내 샤넬 매장.

한 남성이 샤넬 가방을 사지 못해 소란을 피우자 경찰이 출동했다.

샤넬은 매달 가방 1개, 지갑 3개 등으로 구매 수량이 제한돼 있다.

샤넬 가방의 수익률은 과열 양상을 띠는 코스피 지수마저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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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오르기 전 산 뒤 비싸게 되팔아 인기 제품 금방 동나, 줄서기에 알바도 동원샤넬백 사면 상류층?…'파노폴리 효과' 경고

지난 19일 정오 무렵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내 샤넬 매장. 한 남성이 샤넬 가방을 사지 못해 소란을 피우자 경찰이 출동했다. 그는 "오랜 시간 줄 서서 기다렸는데 재고가 없어 원하는 가방을 못 샀다"며 매장에서 고성을 질렀다. 이 남성은 샤넬 우수고객(VIP)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샤넬은 매달 가방 1개, 지갑 3개 등으로 구매 수량이 제한돼 있다. VIP 고객들은 문제의 남성이 인기 제품을 매달 여러 개 구매했다고 의심한다. 다만 이 이 남성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샤넬 제품을 구매해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얼어붙고 있지만 샤넬은 여전히 호황이다. '샤넬로 재테크한다'는 '샤테크'의 기세는 코로나도 꺾지 못했다. 샤넬 가방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리는 일반 재화와 달리, 오래될수록 가격이 뛰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을 방문하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샤넬 가방의 수익률은 과열 양상을 띠는 코스피 지수마저 압도한다. 샤넬 클래식 미디엄 가방은 2008년 270만원에서 현재 864만원까지 뛰었다. 13여년 간 수익률만 220%다. 코스피 수익률은 같은 기간 73%다. 가방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만 보관하면 주식 투자보다 낫다.

샤넬도 매년 같은 제품 가격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클래식 가방 등 인기 제품 가격을 5~26% 인상했고, 반년 만에 추가로 2~3% 더 올리는 식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사이에선 "강남 집값과 샤넬 가방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까지 나온다. 새벽부터 백화점 문 앞에서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한 줄서기 광경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추운 날씨에 패딩을 입은 한 남성은 아예 접었다 펼 수 있는 간이의자까지 챙겨와 줄을 서기도 했다. 줄을 선다고 해서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클래식 미디엄, 코코핸들, 보이백 등 인기 제품은 재고가 바닥나기 일쑤다. 기자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도 확인한 모습이다.

재화로서 명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에선 이를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샤넬이 매년 제품 가격을 올릴수록, 백화점 앞의 줄이 길어지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이익 극대화만 노린 명품업계가 소비자에게 파노폴리(panoplie) 효과를 유발한다고 경고한다. 실제 계급과는 상관없이 명품을 구입하면서 스스로 상류 계급이 된 것처럼 착각한다는 의미다. 이 개념은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주장했다. 계층 상승의 꿈이 꺾인 사람들이 샤넬 제품 소비를 통해 '정신 승리'하는 현상이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지만, 이를 명품 소비를 통해 충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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