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퇴근길 폭설, 늑장 제설' 감사 착수

한대광 기자 2021. 1. 26.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감사위, 관련 자료 확보 이어 담당 공무원 불러 조사 중
매뉴얼 작동·예보 대응 혼선·예측 여부 등 세 갈래 규명
안전총괄실장 당시 자리 비워..감사 범위 확대 가능성

[경향신문]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6일 폭설 당시 ‘늑장 제설’ 비판을 받은 시의 제설 대응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퇴근길 폭설을 예측하지 못한 원인 규명이 필요한 데다 고위 책임자가 당일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돼 감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공무원 A씨는 25일 “제설 매뉴얼·장비 보강 같은 대안이 필요한지 등을 살펴보는 중”이라면서 “업무 특성상 진행 상황까지 언론에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는 자료 확보에 이어 담당 공무원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시 감사위원회는 매뉴얼을 중심으로 대응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폭설 예보가 정확했는지를 놓고 서울시 안전총괄실과 기상청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규명도 필요하다. 기상청은 지난 15일 이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폭설이 시작된 당일 오후 6시30분 전까지 통보시스템을 통해 12차례 눈 예보를 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오전 11시부터 3~8㎝의 적설량을 예보하고 대설예비특보(오전 11시10분), 대설주의보(오후 5시)도 발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안전총괄실 공무원 B씨가 제시한, 기상청이 오후 4시에 발표한 ‘서울지역 기상개황’ 문서를 보면, 기상청은 이 문서에서 오후 9시부터 1~4㎝의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 B씨는 “예비특보는 예비일 뿐이고 오후 4시 자료에는 오후 9시 이후에나 눈이 내릴 것으로 되어 있어 매뉴얼에 따라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후 4시부터 1단계(5㎝ 미만 적설) 근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고 13.7㎝의 기습폭설과 한파, 퇴근길 정체 등 3가지가 겹치면서 제설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에서는 퇴근시간대 폭설을 예측할 수 있었는가도 밝혀져야 할 쟁점이다. 기상청은 눈이 내리는 시점을 ‘오후 3~9시’로 예측하는 등 발표 때마다 혼선을 보였다. 서울시 매뉴얼에는 기상청 홈페이지의 동네예보·단기예보는 물론 통지문, 특보·예비특보 등을 살피도록 돼 있다.

서울시는 서해안 5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제때 활용하지 못했다. 서해안에 눈이 내리면 1시간~1시간30분 후 서울에서도 눈이 내려 CCTV 모니터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오후 5시부터 서해안(인천관측소·강화)에서 폭설이 시작됐고 6시30분부터 서울로 이어졌다. 전국 유일의 장비를 갖추고도 퇴근길 폭설 예측을 못한 셈이다. 공무원 C씨는 “기상청 발표와 CCTV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더라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퇴근길 폭설에 안일하게 대응한 바람에 퇴근시간 직전 2단계(5㎝ 이상) 돌입을 결정할 시간도 놓쳤다. 서울시는 오후 7시20분에서야 2단계 근무에 나섰으나 정작 회의를 주재해야 할 안전총괄실장은 퇴근한 상황이었다. 이미 퇴근길 시민들이 도로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