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공복 아닌 정권의 '노비'가 돼 버린 공무원들 실태
청와대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외압을 폭로했던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공무원은 정치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조직이 됐고, 정권의 목적에 동원되다 구속까지 된다”고 했다. 청와대를 뒷받침할 무리한 수치를 거짓으로 만들어내라는 지시가 시도 때도 없이 장관·국장·과장을 거쳐 사무관까지 내려와 너무 괴로워한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게시판에 말도 안 되는 지시와 보고서에 죽고 싶다는 글까지 올렸다. 그러다 사건으로 불거지면 감옥에 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원전은 언제 폐쇄되느냐”고 한마디 하자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 조작이 시작됐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조작'을 해야 했다. 담당 공무원이 버티자 교수 출신 산자부 장관은 “너 죽을래”라고 협박했다. 수치 조작도 모자라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서 증거를 대거 인멸하는 짓까지 저질러야 했다. 윗선을 묻는 추궁에 “신내림”이라고 했다. 이 때 ‘신(神)’은 청와대일 것이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도 “조직의 명운을 걸라”는 문 대통령 지시에서 비롯됐다. 법을 지켜야 할 법무부와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불법행위에 가담했다. 이 불법을 공익 제보한 공무원은 오히려 고발될 처지가 됐다. 택시 운전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차관에 대해 경찰관들은 뭉개기 수사로 봐주더니 수차례 거짓 해명까지 했다. 윗선의 지시를 받았겠지만 담당 경찰관만 대기 발령을 받았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 부친을 독립유공자로 만들어준 특혜에 대해서도 윗선은 무사하고 실무 국장만 처벌받았다.
100조원 이상 들어가는 자영업자 손실 보전에 대해 기재부 차관이 나랏빚 걱정을 하자 총리는 “개혁 저항 세력”이라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고 윽박질렀다. 공무원이 저항하면 인사나 수사로 보복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 경제를 여기까지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기재부가 불과 4년 만에 기피 부처가 됐다고 한다.
공무원이 승진을 위해 목을 매온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차마 시켜선 안 될 일까지 거침없이 지시하고 밀어붙인다. 공무원이 이의 제기만 해도 눈을 부릅뜬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만들라 지시하고 뻔뻔한 거짓말까지 시킨다. 그 뒷감당은 모두 공무원의 몫이다. 책임지고 감옥 가는 것도 이들이다. 졸개보다 못한 취급이다. 그래도 이들이 선거에 연전연승하니 공무원들은 그저 눈치를 볼 뿐이다. 헌법상 ‘국민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정권의 노비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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