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관절·엉덩이 통증.. 아픈 부위 대신 근본 원인을 찾아라

안강병원 원장 2021. 1. 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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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박사 안강의 無痛 오디세이]
천장관절·엉덩이 통증의 미스테리

환자의 진단이 모호한 경우에는 의사도 오진(誤診)을 할 수 있다.

천장관절 통증과 엉덩이 통증이 대표적이다. 엉덩이와 척추 사이를 만지면 두 개의 뼈가 볼록 나온 부위가 존재하는데 이를 ‘천장관절’이라고 한다. 이 부위에선 통증이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이 통증이 척추 신경의 문제인지 관절의 문제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엉덩이와 척추 사이 위치한 ‘천장관절’에선 통증이 흔히 발생한다. 문제는 이 통증이 척추 신경의 문제인지, 관절 문제인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통증의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안강병원 제공

이 관절은 요추 5번 신경과 천추 1, 2번 신경의 지배를 주로 받는다. 척추관협착증을 앓는 환자의 경우 흔히 이곳에서 통증을 느낀다. 꼭 척추협착증이 아니어도 이 신경에선 문제가 흔히 일어난다. 이 때문에 천장관절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진다면 그 원인이 허리일 때도 있다. 또 통증이 천장관절 자체에서 발생하거나,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 다발의 문제로도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은 하난데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는 이야기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엑스레이에서는 천장관절에서 통증이 느껴짐에도 이상이 잘 발견되지 않기도 한다.

천장관절질환을 의심하는 이학적 검사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환자가 천장관절의 아픈 부위를 손가락으로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의사가 천장관절을 움직였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천장관절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했을 때 통증이 없어지는지 검사하는 방법이 있다. 이 세 가지 검사를 모두 마쳐도 천장관절질환이 있다는 확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앞서 말했듯, 허리에 문제가 있어도 천장관절에 통증이 생긴다. 천장관절 자체에서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계통증학회가 천장관절 통증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천장관절 내 국소마취를 한 결과, 20% 내외 환자에게서 순간적으로 통증이 없어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천장관절 통증의 20% 내외는 천장관절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 것은 천장관절을 지배하는 요추에서 내려온 신경들이다. 신경도 마취가 됐을 테니, 이것이 천장관절 고유의 질병임을 밝히긴 어렵다. 어쨌든 천장관절의 마취는 장기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천장관절의 문제이든 요추의 문제이든, 천장관절에 있는 통증을 전달하는 ‘센서’엔 분명히 과부하가 걸렸다. 이는 천장관절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척추나 뇌에서 신경회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천장관절의 센서들이 관절이 과민해진 결과로 움직임이 제한되고, 통증이 더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천장관절을 지배하는 신경회로가 과민해졌다는 점이다. 이를 의학용어로 ‘신경의 가소성’이라 부른다.

만성통증(慢性痛症)은 단순한 병이 아니다. 한 번 아픈 곳은 갈수록 더 아프고, 덩달아 아픈 곳 주위도 긴장하며 통증이 느껴지는 복잡한 질병이다. 우리 몸의 신경회로가 그렇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즉 통증이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히 안다면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전구가 깜빡이면 전구만 바꾸려 하지 말고 스위치의 문제인지, 배선의 문제인지 ‘원인’을 찾는 게 우선이다.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고, 이에 딱 맞는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 원인을 정확히 알지 않으면 잘못된 치료와 오진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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