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형 계단의 마법, 43세 다가구주택이 황금알로

이지은 땅집고 기자 2021. 1. 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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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 리모델링
서울 연남동의 다가구주택을 상가 두 채로 증축 리모델링하며 노출형 계단으로 연결한 모습. 김종석 땅집고 리모델링건축센터 소장(작은 사진)은 “노출형 계단은 건물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AT쿠움파트너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폐쇄된 경의선 철길을 공원으로 만든 ‘연트럴파크(연남동 센트럴파크)’ 뒷골목으로 들어가자, 네모반듯한 건물들 사이로 건물 두 채를 ‘ㄱ’자로 연결한 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복층(復層)으로 된 꼭대기층 점포 외관이 사다리꼴로 생겨 마치 고깔모자를 쓴 듯했다.

이곳엔 1978년 지은 지하 1층~지상 2층 다가구주택이 있었다. 2018년 상가로 용도를 바꾸고 리모델링했다. 이 땅의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1층 바닥면적)은 60%다. 하지만 처음 집을 지을 당시 부지 모양이 ‘ㄱ’자인데 일(一)자로만 지어 건폐율이 34%에 그쳤다. 이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총괄한 김종석 땅집고 리모델링건축센터 소장(AT쿠움파트너스 대표)은 토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직 증축과 수평 증축 리모델링을 동시에 진행했다.

◆리모델링 건축의 핵심 ‘노출형 계단’

먼저 기존 건물은 2층에서 4층으로 2개층 더 올렸다. 비어있던 앞마당에는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을 새로 지었다. 건폐율을 거의 60%까지 다 확보했다. 두 건물은 공중 노출형 계단으로 연결했다. 김 소장은 “대부분 상가에선 계단실을 엘리베이터와 함께 건물 내부에 폐쇄적으로 배치하는데, 지나다니는 고객들이 쉽게 들어오게 하려면 노출형 계단이 효과적”이라며 “외벽에 설치한 계단이 사선 형태를 띠기 때문에 건물이 실제보다 더 높아보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했다. 독특한 외관과 노출형 계단은 세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이 건물 6개 점포는 꽉 들어찼다. 개인용 책을 만드는 책공방, 꽃집, 언더웨어 쇼룸 등 고급 이미지의 점포가 입점했다. 임대수익은 매년 1억원 넘게 나온다.

김 소장이 추구하는 리모델링 건축 핵심은 노출형 계단이다. 노출형 계단 설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연남동 건물처럼 하나의 대지에 지은 건물 여러 채를 연결하는 것이다. 둘째는 건물 외부와 내부를 잇는 것이다. 먼저 노출형 계단을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브릿지(bridge·다리)’ 형태로 만들 경우, 전체 상가가 하나의 건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통일감을 낼 수 있다.

이렇게 설치한 계단은 세입자 공용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손님들이 계단에 오르내리면서 동네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임차인들은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계단은 방문객들이 주변 풍경을 배경으로 이른바 셀카를 찍는 명소가 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건물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효과도 있다.

◆철재보다 콘크리트 계단이 안전

외부에서 건물 2층 이상 상부층을 곧바로 연결하는 노출형 계단을 설치하면 2~3층 상가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이 줄어 수익률을 높이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김 소장은 “노출형 계단을 설치하면 건물 자체가 고객을 끌어모으는 힘이 생기고, 건물 2·3층 임대료도 주변 건물에 비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남동 건물의 경우 새로 만든 건물 1층 점포의 월 임대료가 80만원인데, 2층도 월 70만원을 받는다.

노출형 계단을 설치할 때 주의 사항도 있다. 외부에 설치하는 계단인 만큼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보행자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비나 눈이 오면 미끄러워 사고가 날 수 있는 철재 계단보다 콘크리트나 방수 소재 계단이 안전하다. 김 소장은 “보행자들이 노출형 계단에서 위험하거나 아찔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계단 발판과 난간을 일반 계단보다 좀 두껍게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오는 3월2일부터 개강하는 땅집고 건축주대학 제3기 리모델링 과정에서 총괄 강사를 맡아 리모델링 건축의 성공 노하우를 직접 소개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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