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39] 타인의 고통도 트라우마가 된다
전 세계 코로나 환자가 1억명에 근접하고 있다. 어렵게 치료를 마친 후에 마음이 편해져야 할 텐데 적지 않은 사람이 트라우마, 즉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 힘들었던 기억이 현실과 꿈에서 재현되고, 그 기억에서 도피하려다 보니 삶이 위축되고, 우울과 불안감도 따를 수 있다.
‘2차성 트라우마(secondary trauma)’는 간접 경험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생존자를 상담하는 치료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보통은 이런 특수한 직업 환경과 관련해 사용하는 용어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에게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끔찍한 사건의 간접 경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차성 트라우마를 ‘연민 피로(Compassion fatigue)’라 부르기도 한다. 연민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깊은 공감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연민하는 능력을 함께 가지고 태어난 것이 오랜 세월 인류를 공존케 한 요인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운동을 많이 하면 근육에 피로가 오는 것처럼 연민 공감력도 많이 사용하면 피로가 찾아올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의 주요 증상이,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열심히 살아도 삶의 가치가 덜 느껴지는 것과 더불어 공감하는 에너지가 감소하는 것이다. 평소 따뜻한 성품이었는데 까칠해졌다며 고민하는 사연이 많다, 성격이 나빠진 것이 아니냐고 궁금해하는데 성격이 좋아도 공감 에너지가 고갈되면 순간 까칠한 언행이 나올 수 있다.
타인과 나를 위한 공감 에티켓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내가 누군가를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 내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간병할 때 가족과 나누어 해야 하는 이유다. 내 마음에 따뜻한 에너지가 충분해야 따뜻한 간병이 가능하다. 효심은 간절해도 공감 에너지가 고갈되면 나도 모르게 소통의 내용이 불편해질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공감해주면 상대방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기 쉬운 환경에선 모두가 서로 나를 위로해 달라며 요구하다 가족이나 구성원 전체가 번아웃에 빠질 수도 있다. 내가 상대방의 귀한 공감 에너지를 받았다면 다음에 내가 넉넉할 때 나누어 주겠다는, 또는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겠다는, 소중한 공감을 서로 주고받는 공감 에티켓이 꼭 필요하다. 서로 주고받으면 고갈되지 않고 내가 속한 그룹의 공감 에너지가 차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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