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62] 미국의 얼굴

우정아 교수 2021. 1. 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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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 우드, ‘어메리칸 고딕, 1930년, 합판에 유채, 78x65.3cm,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소장.

역대 미국 대통령 부부들이 피해 가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레이건 대통령부터 클린턴, 부시 부자(父子), 오바마를 거쳐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랜트 우드(Grant Wood·1891~1942)가 그린 ‘아메리칸 고딕’에 얼굴 사진이 합성된 적이 있다. 특이한 점은 같은 그림의 패러디인데도 상황에 따라 조롱이 되기도 하고 찬사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게 바로 이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아메리칸 고딕’이란 미국 농촌의 소박한 목조 가옥 2층에 중세 유럽의 고딕 양식을 본떠 뾰족 창을 낸 이 집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 중서부 아이오와 출신인 그랜트 우드는 우연히 마주친 이 집에 매료된 뒤 여기에 살 법한 사람들을 그리기로 하고, 자기 여동생과 동네 치과 의사를 모델로 그렸다. 둘의 관계는 나이 차를 생각해 아버지와 딸이라고 설정했지만, 많은 이가 흔히 부부라고 오해한다. 우드는 집을 먼저 그려두고, 두 인물도 따로따로 그려서, 실제로 두 사람은 이 집에 가 보지 않았고 심지어 둘이 함께 선 적도 없으니, 이 그림은 처음부터 ‘합성’이나 다름없었다.

검은 재킷 안에 멜빵바지를 입고 뾰족한 쇠스랑을 보란 듯 움켜쥔 노인과 그 뒤에 바짝 붙어서서 눈길을 피하는 촌스러운 옷차림의 여인은 세련된 매너나 도회적 사교성과는 담을 쌓은 미국 농부의 전형을 보여준다. 처음 그림이 발표됐을 때는 투박하고 답답한 중서부인들을 비웃는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대공황이 닥쳐오자 ‘아메리칸 고딕’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미국인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젠가 ‘아메리칸 고딕’의 주인공이 된다면, 반드시 조롱이 아닌 찬사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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