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장관 못하면 親文도 아니야”
“어쩔 수 없다. ‘돌려막기’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청와대가 20일 개각 대상을 발표하자 여당 내부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셋 중 둘이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해당 부처와 관련된 경력이 거의 없는데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발탁된 후보자도 있다. 인선 배경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청와대에선 “(민주당에 있으면서) 정책 기획력, 소통 역량을 보여줬다”고 했다. ‘전문성’ 같은 것은 안중에 없었다는 말로 들렸다.
정부 18개 부처 장관 및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법무부 장관이 여당 의원 출신이고 행정안전부 장관, 통일부 장관, 환경부 장관이 현역 의원이다. 문체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외에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 신분이다. 늘 그래 왔듯 정부·여당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체 장관 셋 중 하나가 ‘의원님 장관’이 된다. 이 정부 출범 때부터 장관을 지낸 인사들을 합치면 의원 출신은 훨씬 많다. 여권 내에서도 “국회의원이 없었으면 어떻게 장관을 채웠을까 싶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기 위해 현역 의원들을 장관에 줄줄이 지명하는 사정은 알 것도 같다. 재산 내역 상당수가 공개됐고, 총선 과정에서 한두 차례 검증을 받았으니 인사청문회쯤은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권 초기 외부 인사들을 인선했다가 ‘도덕성 논란’으로 인사청문회 단계에서 낙마했던 일이 트라우마로 남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출신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청와대 설명은 군색하다. 최근 임명된 장관 혹은 후보자 대부분이 친노·친문 핵심 그룹인 ‘부엉이 모임’ 출신이다. 전문성은 상관없이 ‘내 편’만 쓰겠다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죽하면 ‘장관 한번 못하면 친문 핵심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올까.
여당 의석 수가 180석에 육박하니 의원 몇 명쯤은 내각으로 빼도 된다고 인식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이미 여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으로 여러 차례 ‘입법 독주’를 해왔다. 설령 의원 겸직 장관 대여섯 명이 표결에 불참하더라도, 입맛대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현 정권의 정부 부처 구성을 두고 ‘신개념 의원 내각제’라는 조롱이 나온다. 본래 의원 내각제는 의회의 신임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친문 핵심 의원들이 대통령과 정권을 엄호하기 위해 장관 자리를 꿰차는 식이 됐다. 이쯤 되면 장관직을 ‘국회의원들의 스펙 쌓기’ 자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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