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금고지기 사위'도 한국 왔다.. 美 제재에 北 고위외교관 잇단 동요

권오혁 기자 2021. 1. 26.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한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80)의 사위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가 2019년 9월경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같은 해 7월 한국으로 탈출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와 비슷한 시기에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잇따라 망명한 것.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류현우 前 쿠웨이트 北대사대리
北 '39호실장' 전일춘의 사위
2019년 조성길과 비슷한 때 망명
북미 노 딜 이후 체제불안 커진듯
2016년 3월 평양의 한 백화점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일춘 당시 노동당 39호실장. 39호실은 북한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전일춘은 김정일 김정은의 ‘금고지기’라고 불렸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80)의 사위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가 2019년 9월경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같은 해 7월 한국으로 탈출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와 비슷한 시기에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잇따라 망명한 것. 대북 소식통들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해외의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서 대북 제재 지속으로 외화벌이가 어려워진 데 따른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25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급이던 류 전 대사대리는 가족과 함께 입국해 현재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은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지낸 전일춘으로 알려졌다. 전일춘은 김정일의 중고교 동창으로 김정일 김정은 2대에 걸쳐 김정은 일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인물로 2017년 39호실장에서 물러났다. 노동당 39호실은 최고지도자와 당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다.

주로 중동지역에서 근무했던 류 대사대리가 있던 쿠웨이트 대사관은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을 관할하면서 중동 지역 무기 거래와 해외 근로자 송출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쿠웨이트 대사관은 중동지역 내 외화벌이를 총괄하는 중점 대사관 중 하나”라며 “대북 제재 전까지는 외화벌이 규모가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고 했다. 이 때문에 류 전 대리대사도 근로자 임금과 무기수출 대금이 39호실로 흘러가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전 대사대리에 이어 류 전 대사대리까지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드러나자 해외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 소식을 들은 외교관들이 김정은 체제와 대북 제재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이 커진 것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외교관 출신 대북 소식통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만 해도 희망을 가졌던 외교관들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체제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와 송금이 어려워진 데 대한 스트레스가 한층 더 커졌다”며 “이 때문에 해외 공관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강화됐다”고 전했다.

쿠웨이트도 해외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19년에만 노동자 900여 명을 내보냈다. 해외 근로자들의 북한 송환 시한인 2019년 12월을 앞두고 근로자 임금 명목의 외화를 북한에 송금해야 하는 대사관에 대한 압박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류 전 대사대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고려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혁 hyuk@donga.com·최지선 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