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의 한국군 코멘터리]전작권·남북대화 '두 마리 토끼' 쫓기
[경향신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는 문재인 정부 안보정책의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신년회견 메시지를 내놓았다. 보수층 반발이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남북, 북·미 대화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당하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군사적 합의가 적대국 사이에서 이뤄졌다. 한반도에서 ‘적’과의 협의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있어 왔다.
문제는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싸고 전작권 전환과 남북대화가 엉켜 있다는 점이다. 한·미연합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을 평가한다는 것은 한·미 간 합의사항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대해 군사적 대응까지 시사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데, 남북대화 조성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또는 보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에 대해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검증·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는 2019년 IOC 검증을 끝내고 지난해 FOC 검증을 마치려 했으나 3월 연합훈련은 취소, 8월 훈련은 대폭 축소하면서 올해로 미룬 상황이다. 국방부는 FOC 검증을 조기에 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미측은 ‘그것은 한국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해 11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 시점을 현 정부 임기 내로 예측하는 것에 대해 ‘날짜를 못 박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능력보다는 미국 의지에 달려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2009년 10월 조기 전환’을 주장했던 미국이었다. 한·미가 현재 합의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3가지 조건은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이다. 그러나 한국군의 핵심능력 확보를 의미하는 FMC는 전작권 전환 후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오히려 갖춰질 수 있는 요소다. 게다가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평가’는 너무 포괄적 개념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미래연합사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과제 중심으로 전작권 전환 조건의 수정 및 보완을 미측에 요구해야 한다. 한·미는 이미 2004년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을 최종 합의한 이래 수차례 조건과 내용을 수정한 바 있다. 특히 지금의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합의했던 ‘한측 주도, 미측 지원의 병렬형 지휘체계’에서 ‘한측 주도 일체형 연합지휘체계’로 바뀐 것이다. 이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국적만 바뀌었을 뿐 현재의 연합사 체계와 큰 차이가 없다. 즉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만 검증되면 얼마든지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또 ‘한반도 및 지역안보’를 인도·태평양 영역에 포함시키고 싶어한다. 로이드 오스틴 신임 미 국방장관은 서욱 국방장관과의 첫 상견례 통화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를 의미하며, 중국 견제도 포함된다. 게다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면 한국군은 한반도 전장만을 바라보지만, 미군은 따로 동북아 전체의 군사적 움직임을 구도로 작전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코로나19 확산방지 명목과 한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는 형식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내지는 보류하면서, 이를 핑계로 미군의 전작권을 그대로 유지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무늬만 환수’라는 비판을 받는 일체형 전작권 환수조차 이루지 못하는 것은 정권의 무능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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