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금고지기'의 사위, 재작년 망명후 국내 정착

김명성 기자 입력 2021. 1.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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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분실후 처벌 두려워 탈북했단 얘기도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중동(中東)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대거 철수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지난 2017년 9월 21일(현지 시각) 카타르 수도 도하 남쪽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의 쇼핑몰 ‘사파리(Safari)’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여행용 가방과 신발 등을 고르는 장면이다. 오른쪽 위 사진은 북한 노동자들이 단골로 찾는 쿠웨이트 외곽의 한 약국 진열장에 ‘우리를 많이 찾아주세요’ 등 한글 문구가 나붙은 모습이다./조선DB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2019년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망명 후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한국에서 류현우란 이름을 사용 중인 이 인물은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지낸 전일춘의 사위로 알려졌다. 39호실은 김정일·정은 부자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부서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류씨는 평양외국어대학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북한 외무성에서 근무하다 쿠웨이트 대사관에 파견됐다.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은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바레인·오만을 동시에 관장하는 중동의 거점이다. 류씨는 중동 무기 밀매 관련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후 서창식 당시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가 추방되면서 참사관급인 류씨가 대사대리를 맡았고, 2019년 9월 망명했다.

류씨 망명 시기는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망명한 지 2개월 후다. 두 사람 모두 추방된 대사 자리를 물려받은 ‘대사대리’였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에 상당한 타격을 줬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류씨도 쿠웨이트 당국이 대북 제재 이행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을 대거 추방하면서 본국으로부터 자금 상납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류씨는 자녀 미래 걱정과 본인 진로에 대한 고민 탓에 망명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사관 청소 중 김일성·정일의 초상화를 분실해 평양에서 소환령이 떨어지자 처벌이 두려워 탈북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류씨는 한때 극단적 선택도 생각했지만 중학생 딸을 위해 한국 대사관으로 향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류씨는 망명 전 유튜브를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 탈북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즐겨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입국 후 국가정보원에 대북 관련 조언을 하며 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그의 아내 전모씨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평양 소재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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