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오래된 악서(樂書)
남상훈 2021. 1. 25. 23:28
고주희
눈송이를 켜는 밤
현(絃)밖으로 나간 빛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자작나무
차를 나눠마신다
야크와 젖이 굳어 가는 동안
화롯불 위에 놓인 찻주전자처럼
고요히 끓고 있는 어둠
문밖엔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노새
먼 고원에서부터 내 등짐을 지고 온 것만 같다
저장용 고기가 되는 노래의 몸통
묵은 구절을 켜면
한 덩이 버터처럼 녹아내리는 사후의 눈꺼풀
기도에 핏물이 밴 숲에서
식탁 아래 두 발이 젖는 동안
포크 사이를 통과한 아름다운 검불처럼
빛은 처참히 아름다울 테니
내게 모든 여정을 말하지 않아도 돼
현(絃)밖으로 나간 빛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자작나무
차를 나눠마신다
야크와 젖이 굳어 가는 동안
화롯불 위에 놓인 찻주전자처럼
고요히 끓고 있는 어둠
문밖엔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노새
먼 고원에서부터 내 등짐을 지고 온 것만 같다
저장용 고기가 되는 노래의 몸통
묵은 구절을 켜면
한 덩이 버터처럼 녹아내리는 사후의 눈꺼풀
기도에 핏물이 밴 숲에서
식탁 아래 두 발이 젖는 동안
포크 사이를 통과한 아름다운 검불처럼
빛은 처참히 아름다울 테니
내게 모든 여정을 말하지 않아도 돼
사랑은 오랫동안 묵으면 아름답거나 처참한 노래가 됩니다.
우린 오래전 먼 고원 어둠 속에서 야크와 젖이 굳어 가는 동안,
화롯불 위에 놓인 찻주전자에서 고요하게 끓고 있는 차를 나눠 마셨지요.
밖엔 눈송이가 날리고,
식탁 아래 우리 두 발은 푹 젖어있고,
가늘게 떨리는 마두금 현이 아스라하게 들려오고,
머나먼 고원에서부터 등짐을 지고 온 노새가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현 밖으로 나간 노래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치 저장용 고기가 되는 노래의 몸통처럼,
묵은 구절을 켜면 한 덩이 버터처럼 녹아내립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당신,
그러나 악보는 긴긴 시간 남아있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김부선 “이재명 이해한다, 아내도 있으니…차악으로 선택해달라”
- “이래서 연예인들 자꾸 버릇 없어져”...백지영, 시상식 준비하며 ‘일침’
- 한덕수 탄핵 때 ‘씨익’ 웃은 이재명…“소름 끼쳐, 해명하라” 與 반발
- 한혜진 “제작진 놈들아, 정신 차리게 생겼냐”…前남친 전현무 등장에 분노 폭발
- ‘미스터션샤인’ 배우 이정현, 돌연 기아 생산직 지원…‘평균연봉 1억2천’
- “너희 찢는다”→“민주당에 민주주의 없어”…‘尹지지’ JK김동욱, 연일 과감
- 62억대 사기에 세입자 사망…‘美호화생활’ 부부, 추방 사진 공개
- ‘김딱딱 사건’ 6년만 사과에…서현 “최후 승자는 선한 사람”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