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지현 감독에 이어 2호..kt 주권 골리앗을 넘었다

이규원 2021. 1. 2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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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25일 kt와 주권에 대한 연봉 조정위원회를 열고, 주권의 2021년도 연봉을 선수 요구액인 2억5천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연합뉴스]

KBO 연봉조정위, 주권 요구액인 2억5천만원으로 결정
5%의 확률 뚫은 kt 주권 "팬 덕분에 힘이 많이 났어요"
10년 만에 열린 조정위…선수 승리는 19년 만·역대 2호

[윈터뉴스 이규원 기자] "여기까지 온 것은 팬분들 덕분이다. 팬 덕분에 힘이 많이 났다. 동료 선수들도 한마음으로 '응원한다'는 짧고 굵은 메시지를 줬다"(kt 주권)

"시대가 달라진 만큼 조정위 결과 이후 구단과 선수 모두 그간의 감정에 영향을 받지 말고, 서로 동료애를 발휘해 더 나은 팀과 팀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LG 류지현 감독)

10년 만에 열린 프로야구 KBO 연봉 조정위원회가 kt wiz 구단이 아닌 선수 주권의 손을 들어줬다.

KBO는 25일 서울 강남구 KBO 사옥 2층 회의실에서 kt와 주권에 대한 연봉 조정위원회를 열고, 주권의 2021년도 연봉을 선수 요구액인 2억5천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그동안 주권 사례를 제외하고 연봉 조정 신청은 총 97차례 있었지만, 실제 조정위가 열린 것은 20회에 불과했다.

조정위에서 주권에 앞서 선수가 승리한 적은 1번뿐이다. 5%의 확률이다.

주인공은 류지현 현 LG 트윈스 감독이다. 류 감독은 2002년 연봉으로 2억2천만원을 요구하며 1억9천만원을 제시한 LG 구단에 맞섰고, 조정위에서 승리했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타격 7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뒤 2011년 연봉 조정을 신청했지만, 당시 조정위는 구단의 편을 들어줬다.

주권은 류 감독 이후 19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연봉 조정에서 승리한 선수가 됐다. 조정위에서 선수의 승리 확률은 9.5%로 높아졌다.

지난해 연봉 1억5천만원을 받은 주권은 kt 불펜의 핵심 투수로서 77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주권의 활약으로 kt는 플레이오프에 진출, 창단 첫 가을야구를 즐겼다. 주권은 구단 역대 첫 '홀드왕'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kt는 연봉 협상에서 주권에게 7천만원 오른 2억2천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주권은 이보다 3천만원 많은 2억5천만원을 요구했다.

kt는 체계적인 고과 시스템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다. 선수로서는 '통보'로 느껴질 만큼 협상의 여지는 거의 없다.

주권은 결국 KBO에 연봉 조정을 신청했고, KBO 연봉 조정위는 주권의 올해 연봉으로 2억5천만원이 타당하다고 인정해줬다.

주권은 이 승리를 위해 에이전트인 강우준 변호사와 함께 많은 준비를 했다.

2억5천만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가치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수가 이런 자료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그동안 선수들이 연봉 조정에서 줄줄이 패배의 쓴맛을 본 이유 중 하나였다.

방대한 정보력과 데이터를 갖춘 구단과 맞서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비교될 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선수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에이전트 제도도 없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스스로 연봉 조정 신청을 철회하기가 일쑤였다.

KBO는 선수와 구단이 추천한 인사 1명씩을 포함해 법조인·스포츠 관련 학계 인사 등 5명으로 꾸려진 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스포츠 중재 재판소(CAS) 중재 재판원으로 활약 중인 법무법인 인의 주정대 변호가 조정위원장을 맡았고,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은현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야구학회 이사인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상임이사인 김유겸 서울대 사범대 부학장 겸 체육교육과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주정대 위원장은 "오늘 조정위는 양측의 충분한 설명을 듣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KBO는 조정위가 ▲ 직전 시즌 선수의 공헌도와 공헌 기간 및 지속성 ▲ 선수 성적에 따른 수상 경력과 최근 소속 구단의 성적 ▲ 선수의 과거 연봉 및 동급 연차 선수들의 연봉 수준 등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단·선수의 재정 상황이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언론의 의견·평가 자료, 조정위 개최 전까지 구단과 선수가 논의한 조건, 양측 대리인 또는 변호사 비용,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직업의 연봉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주권의 대리인(에이전트)으로 동행한 강우준 변호사는 "주권 선수와 유사하게 활동한 과거 선수의 사례를 중점적인 근거로 제시했다"며 "위원들에게 예리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준비한 대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kt 구단 대표로 참석한 조찬관 운영팀장과 신동원 대리는 특별한 언급 없이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kt는 이번 조정을 계기로 연봉 고과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숭용 kt 단장은 이미 "이번 시즌이 끝나면 중간 투수 평가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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