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희롱 맞다" 인권위 직권조사 결론

김윤주 2021. 1. 2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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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인권위는 성추행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모두 밝히지는 못했지만, 박 전 시장의 행위에 대해 "공적 영역에서 표현되는 모든 성적 언동은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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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유발
피해자 주장 사실로 인정 가능"

시청 직원들 묵인·방조는 불인정
비서실 동료의 피해자 성폭력엔
"서울시 보호조치 안 해 2차 피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에서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관한 직권조사에 대해 심의·의결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피해자로부터 관련 사실을 들었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피조사자 진술 청취, 방어권 행사가 어려운 만큼 일반적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했다”며 참고인 진술이 부재하거나, 입증 자료가 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인권위는 성추행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모두 밝히지는 못했지만, 박 전 시장의 행위에 대해 “공적 영역에서 표현되는 모든 성적 언동은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정의했다. “노동현장은 성적 언동이 허용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며, 그 유형이나 정도, 당사자 간 동의 여부를 막론하고 공적으로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인권위의 결론이다.

서울시 직원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성희롱에 대한 서울시 직원들의 묵인·방조 의혹에 대해서 인권위는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시장실 직원의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은 30%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가 서울시 비서실 동료 직원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4월 사건)에 대해선 서울시가 피해자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권위는 “‘4월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은 사건 담당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등 피해자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한 전 서울시 파견경찰은 피고소인의 요청으로 지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 및 중재를 요청했다”며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인권위는 서울시에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위에서 사건 조사를 전담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 거부의사 표시, 친밀성의 정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인지 여부, 권력관계의 문제, 조직문화나 위계구조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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