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희롱 관점, 개인 문제 아닌 위계구조 문제로 인식 바꿔야"
2차 피해 예방 강화도 주문
[경향신문]
국가인권위원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조직문화나 위계구조 문제를 점검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피해자·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나 위계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25일 전원위원회를 거쳐 공개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를 보면 성추행 피해자는 시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4년 동안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시장실 직원들의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도 30%에 미치지 못했다. 피해자와 참고인들은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 등을 인지한 뒤에도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 예방 등 초동대응에 실패했다. 인권위는 지자체 모든 직원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를 숙지하고, 신규 직원의 경우 필수적으로 관련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차 피해 예방조치 강화도 주문했다. 지자체의 시스템은 가해자 성희롱 여부와 징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2차 피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사건 역시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전무했다.
인권위는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모든 단계에서 피해자 보호 원칙이 견지되고 2차 피해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질 수 있도록 동료, 관리자, 가해자, 피해자 등 당사자별 가이드라인 마련 등 사건 처리 절차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성희롱 법제화 당시의 인식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음에 주목한다”며 “주요 영역에서의 성별 격차는 여전하고, 성희롱에 대한 낮은 인식과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 영역에서 표현되는 모든 성적 언동은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성희롱에 해당하며, 이 경우 구성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며 “노동현장은 성적 언동이 허용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며, 그 유형이나 정도, 당사자 간 동의 여부를 막론하고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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