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끝나도, 끝나지 않을 한국 사회 문제..우리만의 해법은 있나
분야별 현실 돌아보고 대안 고민
[경향신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전 세계를 덮친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논의와 전망이 쏟아졌다. 당면한 재난에 초점을 맞춘 채 ‘포스트 코로나’를 내다보고 있지만, 이미 한국 사회 곳곳에 존재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 현실은 감염병 유행이 끝나도 종식될 리 없다. 팬데믹을 경험적 또는 이론적으로 다루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의 구체적 현장에서 팬데믹 이후를 고민하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재난의 한국적 맥락을 들여다보고 우리 식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다.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창비)은 팬데믹 1년을 돌아보며 한국 사회가 떠안은 다양한 고민과 과제를 풀어냈다. 사회·정치·경제·생태·의료·교육·돌봄·노동·농촌·인권 등 여러 분야 연구자 10명의 글을 모았다. 전병유의 ‘코로나19 이후의 노동세계’에선 특수고용노동자와 비정규직 등 취약했던 노동이 팬데믹에도 가장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고민한다. 특히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장기적으로 남길 ‘상처 효과’를 객관적 지표로 제시하면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관욱의 ‘바이러스는 넘고 인권은 못 넘는 경계, 콜센터’에선 코로나19의 온상으로 주목받았던 콜센터의 노동현실을 전한다. 극심한 콜의 압박과 감정노동, 모멸적 직장문화가 취약한 노동환경을 만들었음을 상담사들 목소리로 전한다.
농촌은 ‘거리 두기’가 일찌감치 실천된 저밀도 비대면 사회이지만, 건강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정은정의 ‘저밀도와 소멸위험, 농촌에 코로나19 이후란 없다’에선 한국 농업에서 학교 급식과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 비대면 경제가 농촌사회에 미칠 영향, 이주노동자 문제 등 현장을 고려한 대안을 논한다. 팬데믹으로 드러난 인종차별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을 분석한 이은정의 글과 팬데믹을 통과하는 전 세계적 상황을 조망한 피터 베이커의 글도 주목할 만하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교육공동체 벗)는 아예 코로나19 시대의 교육에만 집중해 살펴본다. 교육은 팬데믹으로 인한 불평등이 가장 크게 나타날 분야로 꼽힌다. 비대면 원격수업은 학교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22명의 교사와 활동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한국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살핀다. 1부에선 코로나19라는 재난과 마주한 학교의 모습을 그리며 학교의 존재 이유를 성찰한다. 2부에선 코로나19가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문제와 함께 누가 배제되거나 소외되는지를 들여다본다. 3부에선 포스트 코로나라는 이름하에 낭만적으로 상상되는 미래 학교교육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온라인 교육 시장의 문제, 교육 체제 전환, 돌봄 문제를 다룬다. 장애학생, 급식노동자, 농·산촌의 작은 학교 등 다양한 현장 목소리도 담았다.
그 외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돌베개), <멀티플 팬데믹>(이매진),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창비) 등도 팬데믹 시대 한국 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혀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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