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미국의 복귀' 지렛대로 [바이든 정부의 과제 ④]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1. 2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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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리더십 회복

[경향신문]

트럼프 이후 30%대로 떨어진 국제사회의 미 리더십 지지도
바이든 “민주적 가치 복원…민주주의 동맹 결집, 공동 대응”
초강대국 중국의 부상·국제사회의 의구심 ‘넘어야 할 과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추락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은 코로나19 통제, 경제 재건 등 국내 현안 못지않은 중요 사안이다.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일방적으로 퇴장함으로써 생긴 리더십의 공백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믿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회복·강화시켜 ‘모범’의 자리를 되찾고, 국제기구 및 협약 복귀, 국제적 위협에 대한 집단행동 모색 등을 통해 리더십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 추락한 미국의 리더십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나홀로 미국(America alone)’을 가져왔다고 비판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외교적이고 비전통적인 언행은 국제사회를 경악시켰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미국 주도로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모두 참여한 이란핵합의에서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9월 각국 정상들이 모인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여러분이 여러분 국가를 우선시하는 것처럼 나도 항상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천명했다. 핵심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미군을 빼겠다고 압박했고, 실제로 독일 정부와는 협의도 없이 주독 미군을 감축시켰다. 불법이민자를 막겠다면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했고, 불법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 수용해 이산가족을 만들었다. 동맹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신뢰, 미국 외교의 주요 가치로 내세웠던 민주주의와 인권이 퇴색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하락은 명백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연례 조사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 리더십에 대한 지지도는 30%대로서 중국, 러시아와 별 차이가 없다. 13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조사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부정한다는 의견(42%)이 인정한다는 의견(33%)보다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코로나19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면서 ‘개도국보다 못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의회 습격 사건 탓에 미국 민주주의는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다. 이는 미국인들의 자신감 하락을 낳았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답한 미국인은 2016년까지 80%대였지만, 지난해에는 63%로 추락했다.

■ 바이든 ‘미국 복귀’ 다짐과 도전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3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미국이 다시 세계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대외정책 구상을 포괄적으로 밝혔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미국의 명성을 회복하고, 미국의 세계 주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하며, 새로운 문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과 동맹국을 결집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외교의 캐치프레이즈는 ‘민주주의 동맹’이다. 그는 미국 민주주의 쇄신과 강화를 국제적 리더십 회복으로 가는 초석으로 삼고 있다. 인권, 언론자유 등 민주적 가치의 회복을 통해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동맹을 복원하고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면서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가 되는 힘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새로 신설할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 리더십 복원의 주요 지렛대다. 그는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민주주의 국가들을 결집해 우리 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로부터 퇴보하는 국가에 단호히 대응하며 공동의 의제를 구축” 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대중국 압박 전선 구축을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 대응도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2050년까지 미국의 탄소 순배출 제로(0) 달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다.

세계는 ‘미국의 복귀’를 환영하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 부통령 등을 역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 어떤 미국 정치인보다 많은 외교적 경륜과 함께 세계 각국 지도자와의 풍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전은 간단치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초강대국 중국의 부상과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퇴장을 경험하면서 국제사회에 자리잡은 미국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단기간에 사라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말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투자협정을 타결한 사실을 지적하며 “유럽이 더 이상 글로벌 이슈에서 자동적으로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제무대 데뷔전이 될 예정이다.

<시리즈 끝>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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