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에 테러 위협까지" 파우치 미 전염병연구소장의 1년

이윤정 기자 입력 2021. 1. 2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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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도 물러나지 않은 건
"누군가 진실 말해야 하니까"

[경향신문]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80·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일했던 소회를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부터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 대통령 8명의 의학고문으로 일했는데, 유독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찰이 심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건 2019년 9월 독감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였다”면서 “그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또 자신은 백악관에서 사실상 외부인처럼 여겨졌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업상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약의 효과를 듣고 자랑하는 것 때문에 괴로웠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마법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자 파우치 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대통령 발언에 반박하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당시 침묵했다면 거짓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소신 발언은 해고와 살해 위협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해고하라, 파우치”를 외치기 일쑤였다. 파우치 소장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살해 위협을 받았다.

특히 그는 사무실로 배달된 우편을 개봉했다가 봉투 속 가루가 얼굴과 가슴 전체에 뿌려졌던 일화도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경호팀이 방호복을 입고 와 내 몸과 주변에 소독액을 뿌렸다”면서 “해당 물질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결론 났지만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당시 의학고문을 사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 사람들이 정상 생활로 돌아간 이후에도 인플루엔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말라리아 등 아직 끝나지 않은 전염병과의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십만명의 죽음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면서 대답을 피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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