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종철 대표 '성추행' 직위해제
[경향신문]
피해자는 같은 당의 장혜영 의원…대표 취임 3개월 만에 ‘추락’
인권·성평등 내건 진보정당 정체성에 ‘치명타’ 창당 후 최대 위기
4월 보선·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에도 파장…진보진영 전체 타격
김종철 정의당 대표(51·사진)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해 25일 당대표직에서 직위해제됐다. 김 대표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주요 기성정당에서 당대표가 성비위로 직위해제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제도권 진보정당으로 소수·약자 대변과 인권·성평등을 내걸어온 정의당으로선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등 창당 9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됐다”며 “김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피해자는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에서 장 의원과 당무상 면담을 위해 저녁 식사를 한 뒤 성추행을 저질렀다. 배 부대표는 “면담 종료 후 나오는 길에서 김 대표가 장 의원을 성추행했다”고 설명했다.
당 젠더인권본부는 장 의원의 요청을 받아 지난 18일부터 1주일간 비공개로 사건을 조사했고, 이날 비공개 대표단 회의에 결과를 보고했다. 이에 대표단은 당 징계 기구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대표 직무대행은 김윤기 부대표가 맡기로 했다. 김 대표에 대한 형사고소는 장 의원의 의사에 따라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성범죄는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심상정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당대표로 선출됐다. ‘선명성 있는 진보’를 주창하며 차세대 진보정당 리더로 불린 터라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김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그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고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며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도 씻지 못할 충격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장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함께 젠더폭력 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밝혔다. 피해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 당과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성비위 사건으로 진보정당은 도덕성에 회복하기 쉽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4월 보궐선거를 비롯해 내년 대선 등에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하다. 당내에선 일부 당원들의 ‘김 대표 탈당 요구’가 분출하는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에 이은 성비위 사건이라는 점에서 범진보진영 전체의 도덕성에 타격을 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홍두·박광연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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