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할 권리' 개선했다는 정부..EU 측이 수용할지 불투명

정대연 기자 2021. 1. 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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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권 위반 조사' 한·EU FTA 패널 보고서 공개

[경향신문]

한국이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정한 노동기본권 원칙을 위반했는지 조사한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전 상황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전문가 패널은 노동자 개념, 노조 가입 범위, 노조 임원 자격에 관한 한국의 노조법 조항이 결사의 자유 원칙에 어긋난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정부는 이후 노조법을 개정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개정 노조법에 독소조항이 남아 있어 EU와 분쟁의 소지가 여전하다고 반박한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전문가 패널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며 “패널은 한국의 노조법이 노조 가입 범위, 노조 임원 자격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2019년 7월 “한국이 한·EU FTA ‘제13장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고, 같은 해 12월 패널 활동이 시작됐다. 패널은 양측이 각각 선정한 전문가와 공동으로 선정한 전문가 등 3명으로 구성됐다.

권고 받은 정부 “지난달 노조법 개정으로 상당부분 해소”
노동계는 “노조 가입 범위 제한 독소조항 여전 분쟁 소지”

보고서는 지난달 국회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노조법이 개정되기 전인 작년 11월 말까지의 상황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개정 노조법은 오는 7월 시행된다. 보고서는 자영업자, 해고자, 실직자 등 모든 노동자가 기업별 노조나 초기업 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했다. 노조법은 노동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정의하는데,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특고)를 배제할 우려가 있으니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 조항은 개정 노조법에도 그대로 남았다. 보고서는 노조 임원을 조합원 중에서만 뽑도록 한 법 조항도 노조가 임원을 자유롭게 선출할 수 있도록 바꾸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한·EU FTA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선 “2017년 이후 3년여간 한국이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했다”며 협정문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노조설립신고제도에 대해선 ‘국장급 협의체에서 추가 논의를 진행하라’고 했다.

정부는 보고서의 권고사항은 지난달 노조법 개정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EU 측에 권고사항이 노동법 개정을 통해 해소됐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라며 “권고 이행에 관한 이견은 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노조법은 기존 노조법에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돼온 내용을 삭제했다. 박화진 노동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패널이 보완을 권고한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은 현재도 매우 폭넓게 규정돼 있어 특고 노조 설립과 가입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이미 배달기사, 보험설계사 등 다양한 특고 노조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노조법이 기업노조의 노조 임원 자격을 ‘사업장 종사 조합원’으로 제한한 데 대해서도 “결사의 자유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국내적 특수성을 함께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산별노조 중심인 EU와 기업노조 중심인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EU 측이 한국 정부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패널이 개선을 권고한 노조법 내용 중 노동자 개념은 개정되지 않았고,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가입된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도 그대로 남았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특고 노조 설립·가입을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될 조항이 개정되지 않아 행정관청이 지금처럼 노동자성을 사전 심사하고 노조설립필증 발급을 미루거나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한·EU FTA와 ILO 핵심협약 내용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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