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68] '데이터 과학자'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 "진정성, 팬덤의 시대.. 소비자와 공동 가치 만들어야"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2021. 1. 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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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데이터 투명 사회가 되면서 모든 게 기승전 ‘진정성’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새해가 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2020년을 겪은 2021년의 인류는 확연히 다르다. 대중 언어가 탁월한 빅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박사와 ‘디지털 토정비결’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송길영은 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의 부사장으로, 매월 1억2000만 건의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기업을 컨설팅한다. 그는 20년째 인터넷 동영상과 이미지, 소셜미디어(SNS) 뉴스피드와 커뮤니티 댓글 등 디지털 발자취를 추적해서 페타급 빅데이터를 분석해 왔다.

수년간 인과의 흐름 속에서 그가 올해 길어 올린 키워드는 세 가지다. ‘과학적 사고, 업(業)의 진정성, 성숙한 공존’. ‘인간화된’ 데이터는 인간 행동의 거짓과 허위를 가차 없이 까발리며, 느슨하게 살던 사람들에게 ‘진정성이라는 의무’를 던졌다. 진정성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제 목표를 이야기할 때도 권력이나 성공이라는 단어보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쓴다. 업의 진정성에서 시작된 진정성은 최근 일상의 진정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차별에 격분하고 차이에 열광하는 다양성의 상자도 크게 열렸다. 다양성과 진정성의 키를 쥐고 소비자를 파트너로 만드는 그룹이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송길영은 단언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류는 어떤 ‘새로운 합의’를 했나.
“첫째는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 사고, 둘째는 업의 진정성, 셋째는 성숙한 공존이다. 중세 흑사병 이후로 가톨릭의 권위가 의심받고 인본주의 시대가 시작됐잖나. 코로나19 이후 기존의 권위가 의심받으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판단의 시대가 열렸다.”

진정성 의무가 커진 계기가 있나.
“그것도 데이터의 흐름에서 나왔다. 가령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나오니까 다들 5명이냐? 4명이냐? 카운팅하잖나. 문제 생기면 책임져야 하니까. 코로나19 2차 파동 때 이태원에 모인 사람들, 수기 기록 없으니 기지국을 털어서 전수 조사했다. 일상이 기록이 되면 늘 ‘내가 잘살아야 한다’가 디폴트가 된다. 일상의 투명함을 ‘중용’에서는 ‘신기독야(愼其獨也)’라고 했다. 군중 속에서나 홀로 있을 때나 고결해야 한다는 거다. 이젠 어떤 공간에서건 ‘나와 너의 공정함’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막강하다. 마스크 없이 지하철 타면 마스크 빌런으로 찍혀서 올라온다. 한국은 그런 식의 사회적 압력이 매우 강한 사회다. 숨을 곳이 없다. 공공의 책무를 서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켰어. 너는 지켰니?”

거짓말하면 바로 신상(身上)이 털린다. 특히 정치와 기업은 진정성 분야에 사활이 걸린 거로 알고 있다.
“맞다. 이젠 기업의 CSR(사회적 책임 활동)도 낡은 언어가 됐다. 기업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요구받는다. 과거엔 ‘돈 버니까 좋은 일 좀 해’였지만 이젠 전제가 다르다. ‘소비자인 나는 사회적 책무를 다했는데, 기업인 너는 지켰니?’라고 묻는다. ESG 룰을 못 지킨 조직은 미래가 어둡다. 환경, 사회적 공존, 지배구조의 건전성이 그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경영 능력이 됐다. 룰을 못 지키는 기업은 이 사회가 용납을 안 한다.”

그야말로 ‘무늬만 공존’이 아니라 ‘공존의 진정성’을 요구받는다.
“성숙해지라는 거지. ‘돈 벌었으니 베풀게’가 아니라 사회 일원으로 ‘공동체 규약을 준수했니?’에 대한 증거를 만들어 가라고. 이미지용으로 선심 쓰지 말고 공존을 입증하라는 거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사회구성원들이 제 각자 솔루션을 찾아 진화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한편 더 유능하고 재밌는 플랫폼으로 미련 없이 갈아타고 있는 모습도, 최적화를 향한 흐름일까.
“사실 끝없는 경쟁의 문이 열렸다. 소비자들은 계속 새로운 걸 찾는다. 또 다른 모양의 보편성과 독창성을 갖춘 ‘새것’을 찾는다. 그래서 개인도 기업도 적응 이슈가 생긴다. 살기 위한 적응이 곧 혁신이다. 혁신은 하면 좋은 게 아니라 안 하면 도태되는 거다. 현재를 유지하는 게 곧 혁신이다. 안 하면 바로 밀리니까. 그 강력하던 인텔도 이젠 한물간 것 같잖나. 애플이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칩을 자체 설계하면서 인텔 CPU는 힘을 잃었다.”

이렇게 숨 가쁘게 돌아가면 다들 어떤 박자로 호흡해야 하나.
“깨어 있거나 깊게 가거나. 깊이 가면 역사가 생긴다. 관계라는 자산이 생기는 거다. 그 팬덤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명성을 유지하려면, 역시 한 우물을 파는 게 답이다. 오래 하는 게 유리하다. 방법으로는 혁신을 수용하면서, 원리는 근본을 챙겨야지. 항상 ‘근본이 뭐였지?’를 묻고 아닌 건 버리면 된다. 확고한 가치관이 있으면 자기 행동과 관계를 정리하는 기준이 생긴다.”

지금 K팝, 웹툰, 넷플릭스 드라마 등 K콘텐츠가 대세인데, 그 바탕에는 무엇이 있나.
“혁신의 툴로서의 다양성이다. 크리에이티브 풀을 확 열었다고나 할까. 넷플릭스에 준비된 한국 콘텐츠의 절반이 웹툰 기반이다. 웹툰 플랫폼의 경우 한국이 처음으로 했다. 창작자 발굴 시스템을 C to C로 열자, 한국이 글로벌 1등이 됐다. 웹툰에서는 창작자들이 작품을 올리면 바로 별점과 피드백이 쏟아진다. 그들이 누군가? 내신, 수능, 정규직이라는 레이스와는 다른 길을 달렸던 사람들이다. 다양성을 수용하면 모집단이 커지고, 창의성이 불을 뿜는다. 시스템이 보상해주면 잭팟 콘텐츠가 무한대로 나온다.”

글로벌 마켓에서 평등한 주인공으로 살아본 밀레니얼이야말로 ‘나와 너는 다르다’라는 다양성의 룰이 몸에 밴 종족이다. ‘미래를 먼저 산 밀레니얼’과는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까.
“나도 과거엔 후배들에게 내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마인드가 강했는데, 지금은 배운다. 밀레니얼이라는 명칭 자체가 사실 기성세대가 편의상 정한 범주다. 20대와 30대는 자신들을 밀레니얼로 통칭하는 것도 거부한다. 왜? 다 다르니까. 그런데 그 개성을 기존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직 정리를 못 했다. 대학까지는 개성이 중요하다고 가르쳐 놓고는 회사 들어가면 ‘김 대리'로 통칭해 버린다. 청년들은 이런 이중 메시지를 다 안다. 그래서 아예 ‘원하는 개성 게이지를 맞춰줄게’라고 한다. 이런 조직은 시니어와 주니어가 적당히 서로 연극을 한다.”

해결 방법이 있나.
“처음부터 헌신을 원하는지 창의를 원하는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밀레니얼의 창의성을 원한다면 문화를 바꿔야 한다. 창의성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로. 그러지 않으면 직원들은 퇴근 후에만 창의성을 발휘할 거다.”

‘나의 이익이 동시에 조직의 이익이 되도록’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21세기 직장 문화의 핵심인 듯했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2021년에는 이성적 사고, 업의 진정성, 성숙한 공존 등 세 가지를 기준 삼아 버리고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규칙 없음’이라는 문화를 가진 넷플릭스가 구성원의 창의성을 조직의 이익으로 완전히 흡수한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위계 없이 피드백을 주고받고 한계 없는 재량권을 갖더라.
“규칙이 없을 순 없다. 결국 뽑을 때 잘 뽑아야 한다. 뽑는 게 아니라 모시는 거다. 기업은 유능한 사람을 들이고 구성원이 마음을 다할 수 있도록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상사가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할 만한 일을 벌일 수 있다. 밀레니얼은 편견 없는 글로벌 센서를 갖고 있다. 그게 큰 차이를 만든다. 시니어들은 직원들, 동창들, 업계 관계자가 센서의 전부지만, 밀레니얼은 가진 모집단이 훨씬 크다. 정보 접근성도 넓다. 그 역할을 소비자에게 주면 소비자와도 협업할 수 있다.”

소비자와의 협업이라….
“대중이 창작자보다 모수가 크다. 마블도, 제임스 캐머런도 2~3년에 한 번씩 콘텐츠를 만들지만, 대중은 그사이에 끝없이 만든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여러 프로젝트는 대중을 공동 창작자로 끌어들여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수용성까지 검증했다. 소비자를 협업자로 받아들이면 댓글로 소통은 기본이고 흥행까지 보증된다. 같이 만들면 결이 풍성해진다. 다양성의 깊이를 팬덤이 만들어내는 거다.”

피드백 풀을 계속 넓혀가는군. 게임도 세계관은 게임회사가 세우되, 게이머의 의견을 계속 반영하면서 브랜드의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알고 있다.
“게임이야말로 처음엔 만드는 사람이 ‘짱’이지만, 오픈하면 게이머들이 ‘짱’이 된다. 처음엔 최대로 공짜로 풀고 사용자들이 준 다양한 피드백으로 완성도를 높여가는 거다. 참여자가 없으면 크리에이티브의 주체가 빠진 격이 된다. 기업과 소비자의 공동 창작은 이제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이다. 이젠 누구나 소비자인 동시에 공급자다. 그럴수록 ‘강력한 참여자’인 팬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진다. 요즘엔 기업이 사회적 어려움이 생기면 팬들이 나와서 옹호해준다. 팬덤이 댓글로 쉴드를 쳐줘야 리스크 방어가 된다. 이런 이유로 기업과 플레이어는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팬덤과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 그 바탕이 진정성이다. 정직하게 나를 설명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작업이다.”

이젠 소비자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해야 맞겠군.
“맞다. 파트너다. 피아(彼我)가 갈라지지 않는다.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묶인다. 마켓컬리는 소비자를 컬리족이라고 부른다. 앞으로 시장은 단순히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내가 생산하는 제품의 이상을 제시하면,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형태다. ‘좋은 물건 싸게 드릴게요’라고 하면 더 싼 물건 나오면 옮겨간다. 결국 부가가치는 가치를 공유한 관계에서 나온다. 시장 참여자는 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큰일이다.”

마지막으로 2021년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새해를 송구영신이라고 하지만, 중국에는 ‘송고영신(送古迎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 관리를 보내고 새 관리를 맞이할 때 쓴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옛사람을 보내야 새 사람이 온다. 쓸모를 다한 걸 버려야 새것이 온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정지됐을 때,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 건지. 요새 집 정리가 인기잖나. 내 집, 내 조직, 내 관계에서 관행이라는 묵은 짐을 버려라. 취직은 왜? 출근은 왜? 관행처럼 해왔던 모든 것을 의심해라. 사회 변화는 중립적이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적응을 한다. 미래가 있으면 적응력이 높아지고, 미래가 없으면 적응력이 떨어진다. 성취동기가 높으면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고 솔루션을 찾는다. 모호할 때는 이성적 사고, 업의 진정성, 성숙한 공존, 이 세 가지를 기준 삼아 버리고 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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