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통합에 영혼 걸겠다".. 링컨 소환한 '바이든 시대'로

이소연 기자 2021. 1. 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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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며 ‘바이든 시대’를 열었다. 상원위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뒤 역대 최고령인 78세의 나이로 미국 국가 지도자에 오른 것이다. 이날 취임식이 개최된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국회의사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973년 30세에 상원의원으로 취임할 때부터 함께했던 128년 된 가보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미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몰렸던 과거 대통령 취임식과 달리 이번 취임식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한 한정된 축하객 1000여 명만이 자리한 가운데 방송과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2년 이어온 전통을 깨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이날 아침 대통령 신분으로 전용기를 타고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로 향했다.      

이날 낮 12시 취임식 연설의 주제는 ‘통합된 미국’이었다. 이 취임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영혼을 걸고’ 미국 안팎에 통합과 화합을 가져오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의 고립주의 정책과 단절을 선언하고 국제 사회 동맹과 협력을 재개하며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오늘 내 모든 영혼은 미국을 다시 하나로 모으고 통합하는 데 있다.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 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의 부상에 맞서 싸워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 선언에 서명하면서 한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통합(unity)’과 민주주의(democracy)’를 각각 9번, 12번씩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은 “도전을 극복하고 영혼을 회복하고 미국의 미래를 보장하려면 민주주의는 가장 어려운 것을 요구한다. 이는 바로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소중하지만 다치기 쉬운 존재”라며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는 남북전쟁, 대공황, 두 차례의 세계대전, 9·11 테러를 언급하며 역사상 통합은 항상 승리해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국제 사회 질서를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을 복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동맹을 다시 복원하겠다”며 “우리는 단지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며 평화와 진보, 안보를 위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이 취임 선서를 한 국회의사당 건물은 불과 1주일 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내란선동’의 혐의를 적용한 하원의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장소다. 동시에 이곳은 2주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일으킨 폭동으로 의회 경찰을 포함한 5명이 숨진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장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시대’ 분열과의 마지막을 선언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3년 대통령 2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시대정신 담긴 美 대통령 취임사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취임사에서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국내외에 주요 메시지를 전달했다. 1933년 대공황 당시 제3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며 경제 위기라는 ‘전쟁’을 극복하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나타냈다.

반면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정부의 권한을 강조했던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정부의 의무와 책임을 오히려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취임사를 했다. 1981년 취임사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가 문제다”라며 작은 정부를 강조했다. 미국 역사상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2009년 취임한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변화와 평등을 강조했다. 그는 “인종·정파를 뛰어넘어 하나의 미국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2017년 취임한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와 정파 갈등을 예고하며 미국과 세계를 ‘살육(carnage)’과 ‘황폐(despair)’ 가 흐르는 곳으로 묘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연결 포인트 2
파리기후협약·WHO 복귀 지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당일인 1월 20일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 중단을 지시하는 등 17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앞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 편을 든다며 WHO를 탈퇴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를 바로 폐기한 것이다. 또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허가를 철회했다. 

이에 탄소중립을 앞세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친환경·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주가 수혜주로 뜨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대 수혜 업종으로 이차전지 및 수소·전기차 분야를 뽑았다.

또한 전기전도율과 열전도율이 높아 친환경 에너지 발전 시설에서 사용하기 쉬운 구리와 은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3
바이든 취임에 美 증시 사상 최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1월 20일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83% 오른 3만1188.3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39% 뛴 3851.8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7% 상승한 1만3457.2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는 이날 종가는 물론 장중가 기준으로도 일제히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규모 추가부양 패키지를 집행하고 코로나19 백신 보급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 등 주요 기업들이 예상보다 좋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취임일 주가 기준으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일 이후 36년 만에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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