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리얼돌, 풍속 해치는 물품 아니다"..해외서도 OK·어린이 형상화는 NO

이동준 2021. 1.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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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
남성형 리얼돌을 바라보는 여성. BBC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인 ‘리얼돌’이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고 이에 수입을 막아선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9년 7월 리얼돌의 수입 여부를 두고 국내 성인용품 수입업체인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보류처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한 바 있다.

리얼돌 사용은 개인 활동으로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란 게 법원 판단이다.

또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리얼돌은 사람의 신체를 본떠 만들었지만 실리콘 등으로 된 인형에 불과하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성인용품 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 했으나 김포공항 세관은 해당 제품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보고 통관을 보류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고 결정 기한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법원에 보류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순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성 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 기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가진 도구로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다”며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물품이 지나치게 정교하다’는 피고의 주장도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고 여성 모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결로 수입산 리얼돌 역시 국내산처럼 국내에 유통될 길이 열렸다. 그럼 우리보다 앞서 리얼돌이 판매된 해외는 어떨까?

해외에서도 우려와 반대는 있었다. 그러나 “리얼돌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보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하고 받아들인 후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등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어린이를 형상화한 리얼돌은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앞서 AFP통신, 뉴욕타임즈, 일본 주간문춘 등 해외 언론 보도를 보면 미국은 지난 2010년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로봇 리얼돌 개발을 진행했다. 또 2015년에는 대화 기능과 가상현실(VR·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모델이 등장했다. ‘리얼돌 공장’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 제품을 수출하는 중국도 2018년 AI가 탑재된 제품 개발을 시작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이 밖에도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리얼돌을 판매하거나 시간당으로 대여해주는 곳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은 조금 유별나다. 일본 역시 리얼돌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건 같지만 어린이 형상의 제품이 생산·유통되고 있다. 또 리얼돌과 결혼식을 올린 독특한 남성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가 하면 일부 여성들에게서 인기라고 전해진다. 여성의 경우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인형처럼 리얼돌을 꾸미고 흉내 내며 피규어로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고 일본 SPA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리얼돌은 예술의 영역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리얼돌은 남성이 성적인 목적을 두고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인 모습인데 리얼돌의 긍정적인 면도 없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FP, 주간문춘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일본 등에서는 결혼 못 하거나 비혼을 선언한 남성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용하거나 신체적 장애로 성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거나 노인, 비혼을 선언한 이들도 리얼돌을 사용했는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남성이 리얼돌을 아내로 맞이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특히 신체적 장애로 관계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 사람과 달리 관절 등이 쉽게 접히는 리얼돌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해졌다.

중국의 한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열쇠’로 보고 있었다.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심각한 성비 불균형과 더불어 일부에서 남아선호사상으로 여아는 낙태한다고 전해졌다.

AI 리얼돌을 개발하는 중국 기업은 “리얼돌 수요는 성비 불균형이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대화나 감정을 표현하는 AI 리얼돌은 단순 욕구 해소만을 위한 건 아니다”라며 “사람을 대신해 호텔, 식당 등에서 안내를 담당하고 추후 집안일이나 의료분야에서 활약하는 등 다양한 활용을 위해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또 언어에 반응하는 리얼돌을 개발한 미국 기업은 “‘사실주의’를 추구해 개발한 최고의 인형이지만 사람이 아닌 인형이라는 건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며 “비현실적인 상황과는 거리를 둬 인형에 빠져드는 일은 없도록 개발에 힘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 욕구 해소용이 아닌 사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에서도 아동 형상화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영국 BBC 방송은 “리얼돌 산업은 매우 실제적인 제작 기법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도 “성 산업의 어두운 뒷면에 있는 ‘모습(아동 형상 리얼돌)은 매우 비관적”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의 삶에서 이러한 리얼돌이나 성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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