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 법제화, 근거 명시하되 보상 대상·규모 탄력적으로"

윤지원 기자 2021. 1. 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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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안 논의 급물살..전문가 의견은

[경향신문]

코로나19 때문에 임시휴업에 들어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주점이 25일 텅 비어 있는 가운데 냉장고 불빛만 빛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공정·형평성 시비” 우려 속 “정치적 논란 방지” 찬성
재원은 예산 전용·국채 발행…적극적 금융지원 주장
‘코로나 특수’ 업종·고소득층에 ‘일회성 증세’ 제안도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는 ‘손실보상안’ 법제화 논의에 여당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언제 끝날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할 때 보상 규모와 대상을 명시하는 법제화는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재원 마련은 예산 전용 및 국채 발행을 통해 우선 해결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코로나19로 특수를 입은 일부 업종과 고소득층에 대해 ‘횡재세’ 같은 일회성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정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연대 3법’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손실보상법’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기획재정부에 제도화 방안 검토를 공식 지시한 상태다.

구체적 지급 시기도 언급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하면서 “3월 내, 늦어도 4월 초에는 지급이 이뤄져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 법제화하면 형평성 시비 가능성

‘손실보상안’을 법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선 반대의견이 우세하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오히려 보상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법제화하면 지급 대상에 대한 공정성·형평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 소상공인도 어려웠지만 일용직 노동자 등도 피해가 없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에 보상 규모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가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상 규모가 너무 많으면 집합금지를 해야 할 상황에 재원이 없어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실제 피해와 보상에 괴리가 있다는 조류독감 살처분 보상안과 같은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교수도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변이, 백신 효과 등 여전히 불확실성 요소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보상을 규정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더라도 보상 근거 규정을 법으로 정하자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보상이 필요할 때마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법제화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선지원, 후정산 금융지원도 고려

보상금 지급 대상과 규모, 이를 산정하는 방식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집합금지 업종에는 손실 매출액의 70%, 그 외 업종엔 50~60%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총 100조원짜리 안을 발의했다. 강훈식 의원이 발의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집합금지 업종에는 금지기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과 임대료 전액, 영업제한 업종에는 최저임금과 임대료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재정 지원뿐 아니라 적극적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일대에서는 ‘선 지원, 후 정산’ 보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우선 저리로 장기 대출을 한 뒤 손실이 확정적으로 판단되면 탕감해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는 “보상 대상자가 너무 많으면 재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 경기 불황으로 생긴 피해가 아닌, 집합금지 등 정부정책에 따른 피해에 대해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추가적 손해 규모를 계산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한수 교수는 “종합소득세 신고가 마무리되는 5월이면 지난해 소득이 파악되는데 이를 근거로 전년 대비 코로나19 충격을 확인할 수 있다”며 “업종별, 지역별 편차가 있는데 이때 보상금 기준을 어떻게 책정할지는 정해진 답이 있다기보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교수는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가능한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며 “상한을 두고 임대료 일부를 보상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논의가 집중되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집합금지 명령으로 소득이 줄어든 일용직 노동자 등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국채발행 급증은 부작용 우려

재원 역시 민감한 문제다. 국채 발행부터 소득 상위 계층에 대한 증세, 부담금 신설을 통한 기금 조성 등이 정치권에서 거론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으로 100조원을 확보해 코로나19 사태 피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준경 교수는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기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는 국채 발행이나 예산 전용으로 보상금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국채 발행에 기대는 것은 향후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성 교수는 “국채 발행량을 급격히 늘리면 시중 유도 자금을 없애 민간 부문에서 자금조달 문제로 인한 신용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일부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한수 교수는 “필요한 재정의 상당한 부분을 국가 부채로 감수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코로나19 덕분에 추가 이익이 생겼던 업종과 고소득층에 대해선 일회성 횡재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박상인 교수도 “예산 재편성, 국채 발행과 더불어 일시적 ‘재난세’ 도입이 논의돼야 한다”며 “기업에 자발적으로 돈을 내게 만드는 이익공유제는 실현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재난세는 양극화와 부채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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