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은 없다" 일상의 회복·연대 언급한 장혜영
[경향신문]
장혜영 정의당 의원(34·사진)은 같은 당 김종철 대표(51)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진 25일 “ ‘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스스로 피해자임을 밝혔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왜곡된 성범죄 담론을 깨려고 시도한 것이다. 장 의원은 가해자의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를 강조하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날 당 차원에서 김 대표의 성추행 사실이 공개된 뒤 “이번 사건의 피해자임을 밝힌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장 의원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깊이 깨달은 것들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사건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속으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일정을 소화하고, 토론회에 참석하고, 회의를 주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저의 피해를 눈치채지 못했다”며 “피해자의 정해진 모습은 없다”고 했다. 과거 성범죄 관련 판결에서 ‘피해자다움’은 가해자의 처벌을 약화시키거나 피해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2차 가해’로 작용돼 왔다. 장 의원의 발언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를 향한 경고인 셈이다.
장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제가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성범죄 가해자의 98%가 남성, 피해자의 93%가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또 박 전 시장 등 성비위를 저지른 정치인들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수많은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하고도 잘못을 뉘우치고 그 회복을 돕기보다는 피해자와 사실을 두고 다투거나, 진실이 드러난 뒤에도 오직 자기 안위를 챙기기에 급급하거나, 책임 있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사죄하는 대신 죽음으로까지 도피하며 피해자를 더 큰 고통으로 밀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가해자의 사실 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죄, 그리고 책임을 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통스러웠던 심경도 함께 밝혔다. 그는 “함께 젠더폭력 근절을 외쳐온 정치적 동지이자 신뢰하던 우리 당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건 공론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이자,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투’ 등으로 한국 사회의 성폭력을 고발해온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문제제기에 큰 힘이 됐다고 장 의원은 밝혔다. 그는 “ ‘너만 다쳐’라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그 말을 저도 지겹게 들었다”며 “이렇게 제 피해 사실을 문제제기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용기 있게 말해온 여성들의 존재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를 호소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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