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흠집 난 정의당, 입법활동 위축.."내년 대선도 암담"
[경향신문]
시민사회·진보 ‘대표성’ 상처…차별금지법 등 의제들 ‘휘청’
성추행 비판하며 완주하려던 4월 보선 등 거센 후폭풍 예고
진보 입지 좁혀…일부선 성찰·반성의 ‘발전적 당 해체’ 거론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정의당은 창당 9년 만에 최악의 ‘존폐’ 상황에 맞닥뜨렸다. 당이 추진하는 과제들과 향후 진보정치가 나아가야 할 미래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엄습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오는 4월 보궐선거는커녕 내년 대선 등 정치일정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의 ‘추락’이 진보정치 ‘추락’으로 이어질까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발전적 당 해체론까지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당대표에 선출된 김 대표는 ‘노·심’(노회찬·심상정)의 뒤를 이을 ‘차세대 진보정치 리더’로 불렸다. 그는 ‘선명한 진보’를 기치로 내걸었다. ‘중대재해 처벌법’ 통과도 이끌어냈다. ‘민주당 2중대’ 소리만 듣던 정의당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던 터다.
하지만 김 대표의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 조사 결과 김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에서 장혜영 의원과 당무상 면담을 위해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헤어지는 길에서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날은 정의당이 사활을 걸었던 중대재해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정의당으로서는 차별금지법 등 다음 입법 목표를 향해 ‘신발끈’을 고쳐매던 시기였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와 장 의원은 향후 입법 관련 사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추행이 발생하자 장 의원은 그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했고 김 대표는 곧바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음주 여부에 대해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만 밝혔다.
사건이 알려지자 정의당이 향후 정당으로서 기능할 수 있겠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인권과 성평등 등 진보 가치를 담은 의제들을 대변하며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을 아우르던 국회 내 대표적 진보정당이라는 점에서 향후 역할에 회의적인 반응이 잇따른다. 당 관계자는 “차별금지법 입법을 비롯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난망해졌다”고 말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성폭력 근절은 ‘김종철 지도부’의 핵심 의제였다. 성범죄 의혹으로 불거진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출마를 강도 높게 비판해오던 정의당이 ‘할 말 없어지게 된 상황’에 빠진 건 더욱 뼈아프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미래도 암담해졌다.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었으나 존재감도 내비치기 힘들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발전적인 당 해체론’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김윤기 부대표 ‘대행 체제’에 들어갔지만 수습하기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당을 해체하고 성찰과 반성을 담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대표단 회의에선 당의 재창당과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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