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검사의 본성
[경향신문]
검사는 형사소송에서 원고로서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검찰청법에서는 공익의 대표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명시하고 있다. 검사는 동시에 사람이다. 정의감과 인권의식이 생명인 직업인이다. 해박한 법률 지식을 넘어 철학·역사적 안목까지 갖춰야 한다.
검사에 관한 최고의 찬사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남겼다. 그는 검사를 ‘순결성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사회적 실존형태’라고 정의했다. 2003년 7월 강 전 장관이 재임 4개월 즈음 전국의 검사들에게 보낸 편지에 쓴 표현이다. 그는 검사들을 ‘깨끗하고 아름다운 눈사람’에 비유하면서 “너무 많은 눈사람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눈은 더러워지기 마련이고, 눈사람은 녹아내리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사들에 대한 생각의 일단을 피력했다. 박 후보자는 “약 20일간 청문준비단에서 검사들과 일해보니 이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다시 수사 일선으로 돌아가면 원래 검사들의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라며 “본디 그런 검사는 없었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생각하는 검사의 본성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의 검사들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검사들은 개인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사들은 종종 거악을 척결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공명심에 피의자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엘리트 의식이 경찰을 수사 파트너로 인정하지 못하게 한다. 검사는 무오류여야 한다는 우월 의식이 ‘제식구 감싸기’로 이어지고, 검사동일체 문화가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으로 시민 통제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박 후보자는 이날 “검사들 일의 성격을 바꿔 검찰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식 취임하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는 등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경찰 권한 강화로 검찰 주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검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검사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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