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전 선교학교 집단감염, 더는 방역 사각지대 용납 안 된다
[경향신문]
대전의 종교단체 소속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127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이 집단감염 때문에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45명 늘어난 437명으로 집계됐다.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300명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3차 대유행이 진정세를 보이는 국면에 대규모 집단감염이 재발한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문제의 종교단체가 전국 23곳에서 유사 시설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돼 급속한 추가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제2의 신천지 혹은 BTJ열방센터 사태로 비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설은 IM선교회 산하 대전 IEM국제학교다. 16~18세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숙식과 수업을 함께하는 곳이다. 선교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비인가 학교라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 게다가 이 시설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무시하고 방역에 취약한 ‘3밀’(밀집·밀폐·밀접) 환경을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숙사 방별로 적게는 7명부터 많게는 20명까지 배정했고 지하 식당에 좌석별 칸막이도 설치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첫 증상자가 나왔는데도 선제 조치 없이 집단생활을 유지시켜 사태를 키웠다. 집단발병을 유발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방치해 학생·직원의 80%를 속수무책으로 감염시킨 선교회 측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선교회가 본부가 있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TCS, CAS라는 비슷한 형태의 비인가 교육시설 23곳을 운영하는 점이다. 이미 광주의 TCS국제학교, 같은 건물의 교회에서 이날까지 2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들 학교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학생 교류는 없다지만 자칫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방역당국은 확산 차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집단감염 경로 중 가장 많은 15%가 종교시설로 파악됐다고 한다. IEM국제학교 사태는 코로나19에 취약한 또 다른 사각지대를 노출했다. 방역·교육당국은 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 공백을 없애야 유사 사례를 막을 수 있다. 방역을 무시해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종교 관련 시설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책임을 묻고 제재를 가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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