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원금도 매달 갚아라? 어디까지 사실일까
연봉 등에 따라 차등적용 유력
바로 적용않고 유예기간도 고려
금융당국 3월 최종안 발표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를 막기 위해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 의무화'라는 정책을 내놓았으나 상환부담 가중으로 인한 연체율 우려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기존 신용대출의 경우 이자만 갚다가 원금은 만기일에 한꺼번에 상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원금분활상환이 의무화 되면 고액 신용대출의 경우 반드시 원금까지 분할상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만일 2억원을 연 3% 신용대출로 5년간 빌리면 지금까지는 매월 50만원의 이자를 내다가 5년 후 2억원 원금을 갚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매월 360만원씩 갚아나가야 한다.
현금흐름이 고정적이지 않은 서민이나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고액 신용대출 기준을 일괄적으로 1억원으로 정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면서 차주의 상환능력은 무시됐다. 연봉 5000만원인 차주에겐 1억원의 신용대출이 상환능력을 벗어날 수 있지만 연봉 1억원인 차주에겐 상환능력 범위 내 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고액 신용대출의 기준을 차주의 상환능력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세부적인 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으나 연간 소득과 고액 신용대출의 기준을 연계하되 원금분할상환을 고액 신용대출 기준을 넘어서는 부분만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고액 신용대출 기준이 7000만원이라고 하면 1억원을 연 3%로 5년간 빌리면 7000만원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이자만 내고 초과분인 3000만원에 대해 5년에 걸쳐 분할상환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7000만원에 대한 이자 17만5000원과 3000만원에 대한 원리금 53만9000원을 합쳐 매달 71만4000원을 갚으면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차주의 상환능력과 대출기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과도한 대출은 줄이고, 상환능력 범위를 넘어설 것 같으면 일정부분 나눠서 갚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따라 원금분할상환 적용 기준을 대출 금액으로 일괄적으로 하기 보다는 연봉 등을 고려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주의 소득 외에 '대출 만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관심사다.
대개 신용대출의 만기는 1년을 기준으로 갱신하면서 최장 10년까지 가능하다. 금융위는 단기 신용대출에는 일단 원금분할상환을 적용하지 않다가 연장을 통해 장기 만기로 전환 시 분할상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현재 금융사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관리하는 방식을 차주 단위별 상환능력 심사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 의무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 중이다. 현재는 금융사별로 평균치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에 차주별로는 DSR 40%를 넘길 수도 있는데 앞으로는 차주 모두에게 '40% 적용'을 일괄 적용하는 것.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고액 신용대출에 원금분할상환이 도입되면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개인의 DSR이 높아져, 결국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의 한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관련 사항에 대한 은행권 의견을 듣고, 오는 3월께 구체적인 안을 최종 발표한다. 3월에 발표하더라도 원금분할상환을 바로 적용치 않고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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