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前 '87타 기권' 무대서..김시우 짜릿한 승전보

오태식 2021. 1. 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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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3년 8개월 만에 우승
17번홀 6m 버디로 승부에 쐐기
안병훈 공동8위·임성재 12위

정확히 1년 전. 김시우(26)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첫날 15오버파 87타를 치고 등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다. 그리고 6개월 정도 정말 악몽 같은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 기권을 전후로 9개 대회 중 무려 8번을 컷오프당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찾은 그 무대에서 통쾌한 우승으로 악몽의 나날도 함께 날려 보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2021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달러) 최종 4라운드 17번홀(파3). 6m 거리의 버디 퍼팅을 남긴 김시우는 비슷한 라인이면서 좀 더 멀리서 먼저 퍼팅한 맥스 호마(미국)의 공을 유심히 지켜봤다. 왼쪽 경사가 살짝 높은 것을 확인한 김시우는 침착하게 퍼팅을 했고, 공은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더니 홀로 사라졌다. 마침내 1타 차 단독 선두. 먼저 경기를 마치고 연장전을 준비하던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의 기대를 깨뜨리는 짜릿한 버디였다. 우승을 예감한 김시우도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했다.

김시우는 대회 최종일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는 완벽한 경기로 8언더파 64타를 기록해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캔틀레이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이어 PGA 투어 3승째다. 첫 번째 승리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2승에서 3승까지는 무려 3년8개월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사이 102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120만6000달러(약 13억3000만원)를 받은 김시우는 상금랭킹 13위(170만달러)로 올라섰고, 페덱스 랭킹도 9위로 도약했다. 현역 중 만 26세가 되기 전에 3승 고지에 오른 선수는 세계 4위 콜린 모리카와(미국)와 김시우 둘뿐이다.

이날 11번홀까지 6개의 버디를 잡으며 순항하던 김시우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김시우보다 6개 조 앞에서 경기한 캔틀레이가 무려 11개의 버디를 잡으며 선두로 치고 오른 것이다. 61타는 종전 코스 레코드를 2타나 경신한 신기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김시우의 버디가 12번홀부터 15번홀까지 네 홀 연속 나오지 않으면서 선두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김시우는 16번홀(파5)에서 2온 후 2퍼트로 버디를 잡으면서 다시 공동 선두에 나섰고, 17번홀 버디로 마침내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김시우는 18번홀(파4)에서 침착하게 우드로 티샷을 한 뒤 파를 지키면서 1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우승 갈증을 씻은 김시우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매년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어제는 정말 잠이 잘 오지 않았다"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인정했다. 김시우는 전날도 잠을 청하기 위해 불면증 개선 효과가 있는 수면 보조제인 멜라토닌을 먹었지만 숙면을 취하지는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매우 행복하다"고 기쁨 역시 숨기지 않았다.

비록 작년의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지만 김시우는 "올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곳이다. 17세 때 이 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다. 그래서 여기 오면 항상 자신 있게 플레이하게 된다"며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와의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특히 이번 대회 장소는 한국인 기업가가 지난해 인수한 곳이라 김시우의 우승에 의미를 더했다. 한국인이 소유한 미국 본토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69)은 미국 명문 골프장 중 하나인 PGA 웨스트를 인수했다.

또 김시우는 골프장 설계 거장 피트 다이 코스와의 각별한 인연도 이어갔다. 이번 대회장뿐 아니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폰트 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 역시 다이가 설계한 곳이다.

이날 3타를 줄인 안병훈(30)이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8위에 올랐고 임성재(23)도 3타를 줄이고 공동 12위(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대회를 마쳤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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