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8조 승부수.. 자회사 합쳐 '카카오 엔터' 만든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어(大魚)가 출현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 종합 콘텐츠 업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난다.
25일 카카오는 웹툰·웹소설을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지와 다수의 연예기획사, 제작사를 보유한 카카오M을 하나로 합치고,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은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M을 흡수하며 카카오M 보통주 1주를 카카오페이지 보통주 1.31주로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사는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승인을 거친 뒤 3월 1일까지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합 ‘콘텐츠 서플라이체인’ 구축한 카카오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지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합병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지의 기업가치를 4조~6조원으로 평가해왔다. 카카오M은 1조~2조원 수준이었다. 합병법인의 가치가 단순히 합산해도 7조~8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공모주 청약 돌풍을 일으켰던 카카오게임즈의 기업 가치가 2조원 규모였는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 열기는 더 클 것”이라며 “합병을 앞두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가족들에게 카카오 주식을 나눠준 것도 이 같은 호재로 주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이번 합병에 대해 ‘공룡이 탄생했다’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잘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대부분 웹툰·웹소설이 원작”이라며 “카카오의 새 법인은 원작 스토리부터 이를 연출할 인력, 흥행을 보장하는 스타까지 이른바 ‘콘텐츠 서플라이체인’을 완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모두 카카오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알짜배기’ 자회사들이다. 2019년 기준 두 회사 매출은 총 6101억원으로, 카카오 전체 매출(3조701억원)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원작 작품 85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M은 가수·배우 기획사 11개와 공연·영상 제작사 7개를 거느리고 있다. 유명 아이돌그룹 몬스타엑스와 유명 배우 현빈·수지 등이 카카오M 소속이다. 카카오페이지는 향후 3년간 자사 웹툰·웹소설 가운데 60여편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할 계획이다. 대부분 카카오M 소속 인력이 메가폰을 잡게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올해 매출 8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 돈 되는 엔터테인먼트에 뛰어들어
지난주에는 네이버가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25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이 같은 소식에 지난 금요일 종가 대비 5.71% 상승한 20만3500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투자 형식 역시 단순 지분 투자 또는 지분 맞교환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각자 K팝 팬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온라인 콘서트·팬미팅 등에서 직접 경쟁을 하는 관계였다. 네이버는 IT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방탄소년단과 같은 핵심 스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약점이었다. 반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네이버의 기술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를 통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게임이나 통신 업체들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28일 출시하는 K팝 플랫폼 ‘유니버스’에서 기존 게임 개발에 썼던 AI 기술을 활용, 실제 연예인과 통화하는 것 같은 ‘프라이빗 콜’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업체들은 5G(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킬러 콘텐츠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공략하고 있다. AR(증강현실) 기술로 연예인과 함께 사진을 찍는 기술을 선보이거나, 자체 플랫폼에서 온라인 팬미팅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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