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前 기업은행장 중징계..금융지주 CEO들 '덜덜' (종합)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불법·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한 것과 관련해 처음으로 은행 CEO(최고경영자)에게 중징계 처분 방침을 정했다.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이 대상이다.
금융계는 김 전 행장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이른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다른 은행과 금융지주 CEO들도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른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8개 은행을 대상으로 제재 여부를 심의한다. 신한의 경우 금융지주까지 사정권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8일 사모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이달 초 기업은행에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이 통보한 징계안에는 펀드 판매 당시 기업은행 수장이었던 김도진 전(前) 행장에 대한 중징계가 포함됐다.
여기서 중징계는 향후 금융계 복귀가 막히는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의미한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임원 제재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간 취업제한 조치를 받는다. 직무정지는 4년, 해임권고는 5년이다. 제재안이 확정될 경우 김 전 행장은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김 전 행장은 2019년 12월 3년 임기를 마치고 은행장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재임하던 2017~2019년 IBK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씩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묶였다. 현재 글로벌채권펀드는 695억원어치, 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는 219억원어치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이 발생한 라임 펀드도 294억원어치 판매했다.
금융계는 금감원이 김 전 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확정한 것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일종의 ‘양형 기준’를 정한 것으로 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제재심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일찌감치 중징계 방침을 확정한 것 자체가 금감원의 의중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라임운용의 사모펀드의 경우 은행들은 지난 2018~2019년 주된 판매처 역할을 했다. 전체 라임펀드 판매액 가운데 35%가 은행 창구를 통한 것이었다. 은행은 전체 사모펀드 판매액의 7%만 차지한다. 금액을 놓고 보면 우리은행 3577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 부산은행 527억원, IBK기업은행 294억원, 산업은행 37억원씩 팔았다.
이 때문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모두 제재 선상에 이름이 거론된다. 특히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와 관련해 이미 지난해 문책경고를 받은 상태다. 라임 펀드 관련 징계까지 겹칠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사태에 깊숙히 관여한 실정이라, 신한금융지주까지 제재 대상으로 거론된다. 금감원이 금융지주사에 증권사나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묻는다면 우리, 하나 등도 금융지주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새 임기를 시작한 ‘현직’ 진 행장의 경우, 징계를 받으면 2기 리더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재심을 앞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제재 수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제재심과 분쟁조정위원회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 밖에는 밝힐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은 라임 펀드 관련 증권사 제재심에서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직무정지' 결정을,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모두 향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당시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24조와 이 법의 시행령 19조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를 이유로 들어 판매사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으니, 그 책임이 금융사 CEO에게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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