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트럼프 다시 보나

최서윤 기자 2021. 1. 2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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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1월 2일(현지시간) 미시시피주(州) 빌록시에 있는 미시시피 코스트 콜리세움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났으니 2016년 그의 당선에 투영된 미국인의 솔직한 열망을 담은 '트럼피즘'도 사그러들까. 영국 BBC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기 가능성과 트럼피즘의 미래를 조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했지만, 패자로선 역대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전히 적지 않은 공화당원의 지지를 받고, 일부 공화당 정치인의 존경을 받으며, 절반의 미국인은 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다.

BBC는 Δ견고한 지지층 Δ탄핵에 반대한 197표로 대표되는 공화당내 친 트럼프 진영 Δ감세와 규제완화 등 재계와의 이해 접점 Δ복음주의 기독교계와의 타협 가능성 등에 주목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클리포드 영 미국지사 공공부문장은 "트럼프가 정치적 반향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중요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아직 선거 사기 주장을 믿고, 의사당 난동은 좌파의 선동이라는 보수 매체 보도를 보며, 친 트럼프 시위대가 체포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웨스트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개리 케이퍼(67)씨는 "트럼프처럼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도 선거에서 진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아니, 그는 선거에서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민주당원이었지만 2016년과 2020년 대선 모두 트럼프를 찍었으며, 2024년에도 트럼프의 출마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계 입문 당시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였지만, 2016년 당선과 함께 당내 주류가 됐다. 로나 맥다니엘 공화당전국위원장 같은 친 트럼프 인사들이 당 지도부에 임명됐고, 주 정부와 주당 지도부 모두 트럼프 라인이 장악했다.

리암 도노반 전 공화당 상원 선거전략가는 "공화당 주당 지도부의 경우 활동가들이지만 엘리트는 아니다. 극성 공화당원들이고, 이들이 바로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 전 공화당 주류를 이뤘던 전통적 보수 정치인들은 버지니아 백인우월주의 시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 운동 시위 무력 진압,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1차 탄핵 등 논란에서 숨죽여 지냈지만, 의회 난동 사태를 계기로 다시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이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가 의사당 난동 사건을 촉발했다"는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경고는 당이 다시 중심을 잡으려 한다는 명확한 시그널로 해석됐다.

그러나 하원의 2차 탄핵 심판에서는 197표의 반대표가 나왔다. 도노반 전 전략가는 "하원은 2년마다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상원보다 표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맥코넬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최고지도부가 트럼프와 완전한 결별을 하려면 당이 찢어지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당 난동 사태 이후 월마트, JP모건, AT&T, 아마존 같은 대기업들이 정치적 기부 중단을 선언하며 공화당에 돈줄을 끊었다. 수십년간 낮은 세금과 규제완화 등 친기업적 어젠다를 펼쳐온 공화당 보수층과 재계 관계를 고려하면 일종의 '반란'이었다.

사실 트럼프 재임 기간 백인 블루컬러 노동자들을 우대하고, 반이민주의와 반무역정책으로 얼룩진 공화당의 스탠스는 재계와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데 압력으로 작용했다. 2018년부터 친 트럼프 성향이던 기업인들이 민주당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계와 공화당의 결별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도노반은 "재계는 정치적 흐름이 진정되면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관망했다. 다만 재계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당분간 공화당 정치인들은 트럼피즘적 정책과는 거리를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도 트럼프 재임 기간 공화당에 등을 돌린 대표적인 세력이다. 두 번의 이혼과 스캔들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는 보수적인 기독교와 규합되기 어려웠지만, 공화당은 신앙심 깊은 마이크 펜스를 부통령으로 세우고 연방의료법상 피임관련 규정 등 교계에 부합하는 사회적 의제를 추진하며 관계를 챙겼다.

이제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재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당 난동 사태도 영향을 끼쳤다. 캔자스주 복음주의 교인 디아나 러스크씨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를 찍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출마한다면 다시 표를 줄 의사는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아무도 완벽하진 않다"면서 "종교적 자유를 지지하는 후보가 우리의 표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그의 2024년 대선 재출마 꿈은 물거품이 된다. 혹시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그는 이런저런 사건들로 뉴욕 검찰과 연방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브랜드 가치도 하락해 일부 거래처가 끊기고 사업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목표가 오로지 정계 복귀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렌 라이트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가 오피니언 리더, 평론가로서 정치 활동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통해 인지도를 쌓아 대통령이 된 것처럼 다시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BBC는 "트럼피즘이 성공하려면 공화당이 다른 유명인사를 발굴하거나, 미트 롬니 상원의원이나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 같은 전통적인 공화당의 가치로 회귀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최근의 모든 소동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는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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