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손에 잡히는 북방교류 첫걸음.. 미래 한반도 공론의 場 됐으면"

한기호 2021. 1. 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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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벗어나 외교 일대 전환점.. 외교·안보·통일 반드시 검토해야
中 중심 비대칭적 관계 부정적 시선 있지만 한반도 안보 긍정적 측면도
중앙아시아에 편견 여전.. 유목·정주·무슬림 통한 재창조 정신 배워야
韓 70년간 급격한 사회변화 겪어.. 세대갈등 극복·공유할 가치 찾았으면

통일한반도를 향한 발자취…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① 프롤로그 - 좌담회 참석자 강준영 HK+국가전략사업단장·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정기웅 HK 연구교수(국제관계) 이은경 HK 연구교수(유라시아문화) 박홍서 HK 연구교수(동북아안보) 이광태 HK 연구교수(중앙유라시아역사) 윤지환 HK 연구교수(아시아문화지리) 정보은 HK 연구교수(중국 사회문화)

'북방'이란 단어를 모르는 이는 없다. 노태우 정부 시절 소위 북방정책에서부터 쭉 이어져와 지금 정부에서도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한반도에 갇혀 지낼 수만은 없기에 어디론가 뚫고 나가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분단돼 있다. 북한을 우회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리는 '북방을 꿈꾼다', '북방에 대한 향수', '예전부터 북방의 DNA가 흐른다'고 많이 얘기하지만 북방의 실체는 아직 규명된 바 없다. 지리적·문화적·사회경제적으로 어떤 개념인지 정립되지 않았다. 또 한국의 경제력이 올라가면서 북방지역과의 경제교류도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됐다. 하지만 그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서로 너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 북방의 문화에 무지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HK+ 국가전략사업단은 앞으로 디지털타임스와 함께 북방 문화를 연구 분석해 지면을 통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결국 미래 한반도 통일이든 평화든, 어떠한 형태로든 긍정적 기여하길 바라는 그랜드 비전(Grand Vision)이다.

◇강준영 단장(사회자)=오늘 이 자리를 통해 북방포럼 기획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왜 내가 하는 부분이 필요한지 비전을 피력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정기웅 연구교수(국제관계)="흔히 국제정치 이론에서 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분석할 때 △체계 수준 △국가 수준 △정책결정자 수준 3가지 기준을 이야기한다. 체계 수준은 지리적 위치, 제(諸)세력 구도 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다. 국가수준은 국가의 능력과 정치체제, 특성 등이다. 정책결정자 수준은 국가지도자 혹은 집단으로 대표되는 정책결정자들이 어떤 국가 이익과 목표를 추구하는지 이다. 우리가 한반도를 지리적으로 이야기할 때 '극동'은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잡았다는 것이고, '반도'는 해양과 대륙세력을 연결하는 자리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힘이 교차하면서 갈등을 벌이는 장소로서 빈번히 작동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 순응적이고 체념적 태도를 갖게 할 수 있다. 스스로 지역 질서를 주도하기보단, 주변국들과의 협력 하에 생존을 도모하는 자세다. 우리가 약소국이던 시절엔 어쩔 수 없었으나, 이제 어느 누구도 우리를 약소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노태우 정부 시절 북방정책의 탄생은 휴전 이후 냉전 구도에 종속돼서 피동적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한국외교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신북방정책 등은 우리 외교의 적극적 자주성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북방정책은 한미동맹으로 중심·상징되는 한국외교 중심축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북방을 이야기할 때 외교·안보·통일의 측면에서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은경 연구교수(유라시아문화)="지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현 정부의 나인브릿지를 통해서 러시아를 한반도에 중요한 나라로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는 정치적·경제적 협력이 우선됐다. 저는 '문화'를 통해 러시아를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러시아라고 하면 '6개월의 추운 겨울과 6개월의 따뜻한 겨울이 있는 나라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지만, 러시아도 사계절이 있고 봄맞이 축제 등 우리와 아주 유사한 면이 많다. 뿐만 아니라 '불곰' '보드카' 등 러시아의 상징을 우리는 부정적으로 '과하게 자신을 과시하고, 술을 마시는 민족'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보드카를 마실 때 서로 덕담을 나누는 문화 속에 취하는 것이다. 러시아를 또 '문학과 예술의 나라'로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러시아는 유네스코 문화재에 등재된 정신문화와 건축문화가 있다. 건축 문화는 아름다운 외관을 지녔을뿐 아니라, 문학과 연관점이 많다.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도스토옙스키와 솔제니친과 같은 작가들이 건축문화 속에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결부시켰는지, 작품 이해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해보려 한다. 또 하나는 '유라시아의 꿈'이다. 러시아는 지금 전 세계의 8분의1, 과거 5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을 가졌던 나라다. 현재는 독립했지만, 예전 구소련 또는 제정 러시아 때 속했던 나라들의 개별 문화가 하나로 통합된 '러시아 문화'가 전 지역에서 나타난다. 예컨대 구소련 시절 와인이나 꼬냑이 유명했는데, 이는 카프카즈 3개국에서 올라온 것이다. 이 나라들이 러시아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고, 현재는 어떤 문화로 합해졌는지 식문화와 생활문화를 통해 보고자 한다. 저는 이번 기획 과정을 하나의 시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일반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서에 걸친 나라인 만큼 서쪽 유럽식의 사고로 이해할 수 없고 동양의 사고방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반대로 동양에서도 서양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교집합'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겠다. 이 나라에 보다 따뜻한 시각으로 다가가는 시간을 마련해보겠다."

◇박홍서 연구교수(동북아안보)="우선 북방이라고 하면 가장 중요한 국가는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인 기준과 경제적인 의미로서 '담론과 실재'로 나뉜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끊임없이 중화질서·조공질서를 담론으로서 얘기했다. 중국이 중심이고, 주변 국가는 비대칭적 세력관계 속에서 머리를 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유교 이데올로기'를 통해, 개인 간의 관계를 국제관계 차원으로 확장해 국가간 자율적 위계질서를 정당화했다. 말하자면 '패권안정 이론'이다. 이런 식으로 전통시기 동아시아의 지역 질서 안정이 유지·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중국이 중심을 잡아주지 못할 때 그것이 파급효과를 일으켜서 한반도 안보를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중화질서 담론과 실재의 괴리 관계, '내재화된 위선'이라고도 저는 표현한다. 담론과 실재는 경제에서도 괴리된 측면이 있다. 중국은 여전히 '동맹 체제'를 냉전의 산물이라며 부정하고, 공식적으론 소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전통 시기 중화질서·조공질서의 규범을 경제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중국 시진핑 정권이 요즘 '일대일로'를 하면서 '운명공동체'까지 이야기한다. 그러나 운명공동체라는 것도 실재로 들어가면, 중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을 아름답게 포장한 모습이 나온다. 이런 것들이 결론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가 문제이다. 최근 중국이 급속히 부상하면서 소위 '중국 위험론'이 미국 쪽에서 퍼지고 한국에서 이를 수입해서 유통시키는 부분이 있다. 실재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중국의 부상은 역사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북핵 문제 같은 경우 중국이 상당히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며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주고 있다. 중국의 최대 국가 목표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광태 연구교수(중앙유라시아 역사)="한국 사회는 중앙아시아에 대해 매우 한정적인 지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소련의 일부였던 나라라든지, '탄'자로 끝나는 나라라든지, 또는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에서 보듯 국제결혼을 위한 나라들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어떤 이들은 한류를 좋아하는 나라들,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들 정도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중앙아시아를 이해하기 위해선 러시아나 구소련의 한 부분으로서 뿐만 아니라, 유목사회-정주사회가 복합된 사회로서 그리고 무슬림 사회로서 중앙아시아를 함께 보는 종합적 안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아시아가 겪은 오랜 민족이동과 문화교류의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데 주안점을 두고 칼럼을 기획했다. 한편으로 중앙아시아는 다양한 문화의 혼합체이면서도 독창적이고 창의적으로 이를 해석해온 프리즘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몽골제국을 비롯한 유목제국은 '팍스 몽골리카'라고도 얘기하지만 전 세계적 문화 교류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파괴와 재창조의 메커니즘을 실현했다. 이슬람은 중앙아시아에서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쓰)의 집대성과 수도 집단인 수피즘의 발전을 겪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은 이슬람화하고 정주화해 오스만투르크나 무굴 인도를 형성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무슬림들은 중앙아시아 방식으로 자신들의 종교를 믿게 됐다. 이밖에 다양한 변용과 적응이 중앙아시아 사회와 그 이웃을 통해 이뤄진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이러한 재창조의 정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우리에게도 지혜와 교훈을 주지 않을까 하는 부분을 강조해서 기획하고 있다."

◇윤지환 연구교수(아시아문화지리)="저는 먼저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한국인들의 지리적 사고의 부족함을 지적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북방 정책과 외교를 펼치는데 있어서 사회 저변에 우리에게 필요한 세계관과 시각이 어떤 게 있는지를 짚어보며 칼럼을 시작하려고 한다. 한국은 1945년 해방을 맞이한 이후 70여년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하고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각 세대별로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정신적인 가치가 굉장히 부족했다고 볼 수 있겠다. 예컨대 전쟁의 참혹함을 겪었던 세대와 그 전쟁 기억이 희미해져가는 지금의 세대 간에는 공유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 또는 서사가 부족하다. 그 외에도 80년대 한창 민주화와 사회변화를 열망했던 당시의 대학가 문화와, 현재 대학생들이 고민하는 너무나 일상적·현실적인 고민거리들 사이에 더욱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세대간·계층간 분열과 갈등이 일면서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함께 공유해야 할 정신적 가치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저는 그 해답을 북방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북방은 많은 한국의 고대 왕조들의 뿌리가 됐던 지역이다. 우리 생각보다 한반도는 더 북방지역과 역사적·지리적으로 연계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섬에 가까운 한반도의 위치 때문에 이런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한반도가 북방과 경제적·문화적으로 연계성을 강화하면서 어떤 이점들을 취할 수 있는지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어떤 지리적인 개념과 시선, 상상력을 동원해서 북방지역을 보다 친숙하게 인식해야 되는지 기초적인 인식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하도록 하겠다."

◇정보은 연구교수(중국 사회문화)="저는 한반도의 영원한 북방, 중국의 도시와 문화에 대해서 북방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보려 한다. 우리는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나라, 정말 친할 것 같은데 안 친한 나라가 중국이다. 한반도와는 역사적·문화적으로 굉장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제가 이번에 다뤄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중국 의식과 문화가 연결돼있는 점이다. 2019년 기점으로 중국은 이탈리아를 앞질러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1위가 됐다. 세계문화유산 37개·자연유산 14개·복합문화유산 4개로 총 55개의 문화유산을 가지면서, 이탈리아보다 3개나 더 앞지르게 돼 1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은 중국이 갖고 있는 문화유산과 그것이 방대하게 걸친 도시와 관련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엔 23개의 성과 4개의 직할시, 그 다음 5개의 소수민족 자치구와 2개 특별행정구를 포함한 방대한 면적에, 56개 많은 민족들이 문화공동체로 거주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문화들이 도시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문화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경제와 문화를 접목시켰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이루기 위해 문화는 정말 중요한 수단이 됐다. 중국의 도시의 매력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나보려 한다. 1부에서는, 역사·문화적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던 '북방문화의 위엄'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신장과 깐수에 걸쳐져 있는 '실크로드 문화'가 시작점이 되겠다. 한반도 역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고구려 왕성·왕궁, 귀족의 묘장까지 도시가 품고 있는 매력을 살펴볼까 한다. 이어서 2부에서는 남방의 아기자기한 귀족 문화, 예술 문화, 그 다음 물의 도시 등까지 어우러져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도시의 매력이 어디까지인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

◇강준영 단장="중국, 러시아, 한반도…. 저희의 좌담을 듣거나 보시면 굉장히 방대한 작업이구나 할 것이다. 지금 저희 머리 속에 산발적으로 들어 있는 북방이라는 것의 정체성을 실체화, 확립하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7년간 진행되는 과제다. 다양한 관점으로 현상을 분석해 '손에 잡히는 북방'을 만들어보려는 발걸음이다. 독자 여러분이 저희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시면 걸맞는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

정리=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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