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가 성추행.. 정의당 존립 위기

장혜진 2021. 1. 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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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사진)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며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고심 끝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장 의원은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면서도 "그럼에도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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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장혜영 의원 성추행 인정
주요 정당 대표 성비위 사퇴 처음
지도부 총사퇴·당해체 요구까지
정의당 창당 9년 만에 최대 위기
사진=뉴스1
정의당 김종철(사진)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며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제도권 내 주요 정당 대표가 성비위로 사퇴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정의당은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강조해온 대표적 진보정당이란 점에서 더욱 충격이 크다. 2012년 창당 9년 만에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 안팎에서는 ‘당 지도부 총사퇴’는 물론 ‘당 해체 요구’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당원과 국민 여러분에게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리게 됐다”며 “지난 1월 15일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이라고 알렸다. 침통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배 부대표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끝내 울먹였다.

김 전 대표와 장 의원도 각자 입장문을 냈다. 김 전 대표는 서면 입장문에서 “제가 지금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행위는 씻기가 힘들다”며 “머리 숙여 피해자께 사과드린다.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고심 끝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장 의원은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면서도 “그럼에도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 부대표의 기자회견과 김 전 대표의 입장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5일 여의도에서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김 전 대표 요청으로 만들어진 자리였다. 두 사람은 당무와 장 의원의 향후 정치활동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후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와 차량을 대기하던 중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했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설명이다. 장 의원은 사건 발생 3일 뒤인 18일 젠더인권본부장인 배 부대표에게 이를 알렸다. 배 부대표는 “여러 차례 피해자, 가해자와의 면담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고 김 전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며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고 했다.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오른쪽)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장혜영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은 2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표가 장 의원을 성추행했다고 밝히며 대표직에서 사퇴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의당은 앞서 비공개 대표단 회의를 열어 김 전 대표의 직위해제와 중앙당기위원회 징계 절차 회부를 결정했다. 장 의원은 형사상 고소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여부와 관련해 당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당대표 직무대행은 당규에 따라 김윤기 부대표가 맡았다.

정의당은 큰 충격에 빠졌다. 70년생인 김 전 대표는 ‘노회찬-심상정’의 뒤를 이어갈 차기 주자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10월 9일 원외인사로는 두 번째로 정의당 대표직에 선출되면서 ‘정의당의 시즌2’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놀랍고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당원 게시판에는 “집행부 전부 사퇴해야 한다”, “당원으로서 정의당을 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을 해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글이 쏟아졌다.

25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의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고 전하며 “정의당은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 오신환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은 정의당의 대응을 거론하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사건과 관련한 민주당 대응을 비판했다.

장혜진·배민영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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