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내세워 권력 잡은 뒤.. 성비위로 무너진 범여권·진보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등 미투 몰락
젠더문제 앞장 金대표 이중행태 충격
'피해호소인' 논란 與 "경악" 입장 내
野 "공당 대표, 동료 의원 가해 당혹"
정의당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 나서
전문가들 "보수도 정권 쥐면 성비위
권력에 취해 범죄 인지 못하는 상태"
◆文정권 들어 안희정 시작으로 성비위 사건 잇따라
김 전 대표는 25일 오전 낸 입장문에서 “제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저의 성인식을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표로 선출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라디오방송에서 “성폭력 문제라고 하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본인의 안전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당시 박 전 시장의 조문을 보이콧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같은 당 류호정·장혜영 의원과 관련해 “류호정, 장혜영 두 분은 상대적으로 당에서 젊은 여성 청년 의원이고, 그러다 보니 특히나 그런 성폭력이나 성희롱, 이런 것에 많이 더 노출되는 여성들”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진보 진영에서는 초대형 성 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친문(친 문재인)’ 진영 유력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 사건이 시작이었다. 안 전 지사는 2018년 3월 자신의 수행 비서로 일하던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의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박 전 시장 사건 당시 이해찬 대표를 포함한 소속 의원들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며 ‘축소·은폐’ 비판을 받아온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정의당은 젠더 이슈와 인권, 성평등 가치에 누구보다도 앞에서 목소리를 내왔다”며 “지금까지 정의당의 모습에 비춰 이번 사건으로 인한 국민의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의 파장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인권과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 왔던 정의당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라면서 “더구나 성 관련 비위로 인해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시점에서, 가해자가 한 공당의 대표, 피해자가 소속 국회의원이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정의당은 그동안 민주당이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이미 서울시장 선거 출마선언을 한 바 있다.
국민대 최항섭 교수(사회학)는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여권 내 성비위 사건) 양상을 보면 과거 운동권 시절부터 시작해 자신들의 행위는 거의 모든 것들이 정의롭고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한국정치 자체가 가진 막강한 권력의 속성이 이같이 비뚤어진 행태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이전 보수 진영 역시 정권을 쥐었을 때는 성 비위 관련 사건이 어김없이 터져왔다. 최 교수는 “국민들이 더 실망하는 건 과거 진보 진영은 성 문제에 대해 훨씬 진보적이고 성평등적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진보라 불리는 사람들도 전혀 다를 게 없고 똑같다, 권력에 취해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서 실망이 더 큰 것”이라고 해석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외교학)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측이면, 그 권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상당히 안하무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권력에 취했기 때문에 이게 범죄인지 아닌지조차 구분 못하는 그런 상태에 접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장혜진·배민영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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