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이익공유'라는 이름의 포퓰리즘

김승룡 2021. 1. 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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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정경부 차장
김승룡 정경부 차장

"코로나19로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도와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

지난 1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익공유제' 도입을 제시하며 한 말이다. 이 대표가 제시한 '이익공유제'의 핵심은 코로나19로 이득을 본 네이버, 배달의민족, 카카오 등 IT 플랫폼 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 금융사가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조성해 코로나19 피해가 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돕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협력이익공유제'와 맥을 같이 한다.

자발적 이익공유라는 말은 그 자체에 어폐가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자발적이라고 얘길 꺼낸 순간, 그건 자발적이지 않게 된다. 자발적이란 건 스스로 느껴서 행동해야 하는 것인데, 누가 옆에서 얘기해줘 하는 것 자체가 자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해 기업 이익을 공유하자? 그럼 누가 기업 해서 이윤을 내려 하겠는가. 설령 기업의 이익을 거둬 저소득층에 나눠준다면, 누가 이 땅에서 일해서 먹고 살려 하겠는가. 사회적 약자에게 일할 기회와 이윤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옳은 일이지, 그냥 윗돌 빼서 아랫돌 괴면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아마추어적이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저소득층에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단기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건 답이 아니다. 국내든 해외든 한국이란 나라에 투자하고 싶고, 기업을 세워 운영하고 싶어할 만큼 투자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투자 매력은 켜켜이 쌓여 있는 규제 벽돌을 치우는 것, 기업이 더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고통분담? 코로나19라는 고통이 사회적 약자에게만 왔는가. 코로나19는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왔다. 코로나19로 돈을 번 기업이 있으니 그 이익을 나눠야 한다? 그럼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와서 우산을 팔아 크게 이득을 본 사람, 갑작스러운 폭설에 스노체인을 팔아 이득을 크게 본 사람 등 자연재해나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로 큰 이득을 본 모든 사람한테서도 이익을 나누자고 해야 할 것이다.

이익공유제는 과거 MB와 박근혜 정부 때부터 대기업과 협력 중견·중소기업 간 성과공유제, 초과이득공유제 등의 이름으로 추진돼온 것이다. 대중소 기업이 협력해 이득이 발생하면 협력사에도 이득을 함께 나눠주는 개념의 이익공유제는 이미 산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에 정부가 개입해 제도를 제안하고 아름답게 포장했지만 실상은 비자발적인 것으로 반발을 불렀다. 박근혜 정부 때는 그야말로 기업들 팔을 비틀어 억지로 행해지는, 겉치레 상생이 판을 쳤다. 상생이란 이름으로,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선거전에 돈을 푸는 '포퓰리즘'을 또 다시 추진하려는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피해가 막심한 것은 맞지만, 이들을 위해 기업이 거둔 이익을 나누자는 건 정말이지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자본주의의 부작용 폐해를 막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수정 자본주의도 아니고 그냥 사회주의다.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정치권의 몰상식과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과대망상이다.

기업은 이득을 많이 거두면 법인세 등 세금을 많이 낸다. 많이 번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번 기업은 세금을 적게 낸다. 천재지변 등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다른 기업들이 낸 세금을 재난지원금 등의 이름으로 지원받고 있다. 이미 사회적 시스템으로 이같은 상생 구조가 돌아가고 있는데, 억지로 팔 비틀어 또 다시 광의의 세금을 거두겠단 소리인가. 국고가 텅텅 비어 그러는가. 그렇다면 정치인, 국회의원들 세비부터 먼저 반납해라.

이익공유제 반발이 심해지니, 이제 여당은 슬그머니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들고 나왔다. 일부 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한달에 25조원을 자영업자에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적자국채를 마구 발행하면, 이를 전부 한국은행이 화폐 발행으로 떠안으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또 건물주 임대료를 30% 강제 인하하고, 앞선 임대료도 소급 적용하는 내용도 있다. 표와 권력에 눈 멀어 경제의 근간마저 해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은 데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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