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朴, 폭행·공천헌금 의혹 등 부인 與 "전날 야당 셀프청문회 유감" 野 "증인 1명도 안 받아 불가피 朴, 까도까도 비리.. 썩은 양파"
질의 화면 응시하는 朴 후보자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질의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2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시종일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청문회 전부터 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온 만큼 박 후보자는 의혹을 해명하는 데 집중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적극 옹호에 나섰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를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하며 박 후보자 관련 의혹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는 고시생들을 폭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 덩치가 크지 않은데, 저보다 훨씬 큰 덩치의 청년 대여섯 명이 밤 10시에 (집 앞에) 나타났다”며 “제 아내가 집에 혼자 있는데 대여섯 명이 초인종을 눌러서 어마어마하게 놀랐다고 한다. 제 고등학교 2학년 둘째아이 등굣길에도 피케팅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예의라는 건 상대방이 예의를 갖춘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사시 존치 요구에 대해선 “원점(로스쿨 도입 전)으로 회귀하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도 “임시로라도 (고시생들) 구제 조치가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 출신인 김소연 변호사가 과거 민주당 대전시의원 예비후보로 나섰을 당시 박 후보자 측으로부터 1억원의 ‘공천 헌금’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한 사건과 관련, 박 후보자는 “지방의원들의 자치활동이나 지방활동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면서도 “제 불찰인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털어놨다. 김 변호사는 이 폭로 이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활동해 왔다.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사시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이종배 대표와 김 변호사의 증인 채택 무산과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국민청문회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렇게 정식 청문회 자리가 있음에도 (국민의힘이) 그런 ‘셀프 청문회’를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박) 후보자와 관련해선 어떤 것도 결격을 논할 정도로 위법·부당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법사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증인과 참고인을 1명도 받아주지 못하겠다고 하니 국민들께 박 후보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 청문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 국민의힘 김도읍 간사 등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전 질의가 끝난 뒤 언쟁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다시 “대부분 진행 중인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사람들이라 증인 채택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정쟁성 흠집내기”라고 맞섰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날 고시생 모임 회원들을 가리켜 “열악한 환경에서 손가락 잘려가면서 일한 노동자도 아니고”라며 이들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 의원이 박 후보자의 재산신고 상습 누락 의혹을 들고나오자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재산 누락으로 재판받고 계신 분이 누구의 재산신고를 감히 함부로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자는 여러 의혹을 집중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과 동료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그런 박 후보자를 겨냥해 “답변하는 걸 보면 공직 후보자가 아니라 다선 의원으로 앉아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놨다. 전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썩은 양파’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까도 까도 비리가 나온다”며 “정치인 중 낙마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는 한 점의 의혹도 밝히지 못했고 변명과 회피, 여당의 변호만 메아리쳤다”며 “곧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는 법무부 장관을 보게 되는가”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