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1초 촬영 '안저 검사'로 조기 발견

권대익 2021. 1. 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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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저 검사 받은 사람 8.8%에 불과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안저 검사를 받으면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실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40세가 넘으면 노인성 황반변성ㆍ당뇨망막병증ㆍ녹내장 등 3대 실명 질환이 크게 증가한다. 대한안과학회가 질병관리청과 공동 조사한 결과, 40세 이상에서 노인성 황반변성 13.4%, 녹내장 3.4%, 당뇨병 환자 중 당뇨망막병증이 19.6%의 유병률을 보였다.

그런데 노인성 황반변성ㆍ당뇨망막병증 등 실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안저(眼底) 검사를 받은 사람은 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안과병원이 국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화에 따른 눈 건강 인식 조사’ 결과, 주요 실명 질환을 비교적 쉽게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검사인 안저 검사를 알고 있는 사람은 22.8%에 그쳤다. 이들 중 실제 안저 검사를 받은 사람도 38.6%에 불과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 기준으로는 8.8%만이 안저 검사를 받아본 셈이다.

하지만 안저 검사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안저 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검사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와 ‘관련 증상이 없어서’가 각각 32.1%, 30.8%를 차지했다. 기본 검사임에도 증상이나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해 실제 검사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눈은 신체 기관 중 가장 먼저 노화가 일어나는 기관 중 하나로 노화가 시작되는 40세부터는 눈 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안저 검사를 받아 정확한 눈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안저 검사는 눈의 신경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다. 안저 카메라로 동공을 통해 안구 내 구조물을 1초 정도 촬영해 신경 부분인 망막 혈관이나 시신경의 색깔ㆍ두께, 망막 중심부인 황반의 변형 상태 등을 확인한다.

안저 검사로 대부분의 눈 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ㆍ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인한 눈 합병증 등을 조기 진단할 수 있어 시력검사와 함께 눈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검사다.

박기호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은 “안저 검사를 1년에 한 번 정도 받으면 3대 실명 질환을 80%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노화와 관련이 깊은 당뇨병성 망막병증ㆍ황반변성 등을 조기에 발견해 잘 관리하지 않으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이들 질환은 초기에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증상을 느껴 병원에 찾았을 때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을 때가 많아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5세 이상에서 실명을 초래하는 1위인 노인성 황반변성은 시세포가 몰려 있는 눈 망막 중심부의 황반(黃斑)에 문제가 생겨 글자ㆍ직선 등이 물결치듯 휘어져 보이고 사물 중심이 어둡게 보이게 되는 병이다. 증상을 자각한 뒤에는 황반변성이 악화돼 실명하게 된다.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지는 게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주광식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초기 증상은 노안과 비슷하고, 이로 인해 자각이 쉽지 않아 방치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고 했다.

노인성 눈 질환은 노화로 인해 생기므로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따라서 안저 검사 등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조기에 질환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또한 시력 저하는 경제 활동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므로 정책적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시력이 떨어지면 노동 능력도 저하되고, 돌봄 인력이 필요해져 경제 생산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한안과학회 등에서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민에게 눈 건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몇 년 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안저 검사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철구 김안과병원 부원장은 “코로나19 등으로 건강관리가 필수가 된 시대인 만큼 많은 사람이 눈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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