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권력이 만나는 사람들 / 김원규

한겨레 2021. 1. 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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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원규

국가인권위 조사관

최근 들어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모욕적인 말과 행위를 하여 문제가 되는 사건이 제법 많다.

“○○○ 주임은 취침 전 저에게 약을 주기 위해 오더니 자기를 쳐다본다는 이유로 갑자기 저한테 막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단순히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말을 들어서 너무 억울합니다.”

“기동순찰팀 교도관이 제가 입고 있는 반바지가 교도소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방에 동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탈의를 강요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반바지를 벗어 건네주는데 수치심과 모욕감이 들었습니다.”

교도관들이 수용자들을 이렇게 대하는 것도 이유가 없진 않을 것이다. 수용자들 중에는 행동이 거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수용자를 관리해야 하는 교도관 입장에서는 초기 제압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교도관에 비해 수용자가 월등히 많고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스트레스에 항상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드물겠지만 죄짓고 들어온 사람들이 무슨 인권이냐는 인식이 깔렸을 수도 있다.

수용소 사례는 아니지만 이런 사건이 있었다. ㄱ씨는 한때 중소기업을 운영했던 사람인데 경찰관이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운영난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워 폐업하고, 가진 돈을 긁어모아 산 트럭으로 법성포에서 냉동굴비를 떼어 와 서울 아파트단지를 돌며 팔았다. 이런 차량 행상의 주 고객은 30~40대 주부인데, 아이들 학교 보내고 좀 한가해지는 시간대인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정도가 ‘핫’한 시간이라 떼어 온 굴비를 그 시간 안에 전부 팔지 못하면 굴비가 상해 손해를 본다고 했다.

사건의 발단은 그가 차 안에서 “굴비 사세요”를 외치고 다니니 일부 주민이 생활소음이라고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그에게 즉시 퇴거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떼어 온 굴비를 어떻게든 팔아야 하니 경찰에게 사정했지만 경찰은 어림없다는 태도였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중 경찰관은 그에게 “굴비 장사나 하는 주제에”라는 말을 하고 말았다. 그는 이 말을 듣고는 장사를 접었고 아파트단지 밖으로 나와 하염없이 울었다. 그날 이후 그는 생업을 접고 그 경찰관이 근무하는 경찰서 앞 모텔에 방을 잡고 그 발언을 한 경찰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사람에게는 이런 게 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을 때 온몸을 의지하고 있던 발판을 흔들어버리는 일을 당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는 그런 지점 말이다.

위의 두 사례에서 어떤 유사점을 찾을 수 있을까? 수용자들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고 확인받기 위해 나름대로 힘들게 버텨왔을 것이다. 국가가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이들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선 발판을 걷어차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죄가 아무리 밉다 해도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교정에 이를 수 없다.

최근의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는 단순히 방역 실패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수용소가 수용자를 대하는 태도가 교정 이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사건’이다. 코로나 유행 이후 대표적인 집단감염 사례로 ○○정신병원 감염과 동부구치소 감염이 있었다. 최악의 집단감염이 밀집수용만을 원인으로 할까.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조건 자체가 집단감염이 되기 쉬운 요인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외부와 차단하기에 용이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원인이야 조사를 해 밝혀야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 시설들이 오랜 세월 통제 편의 중심으로 수용자·거주자들을 관리해온 방식이다. ○○정신병원의 경우,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에 병원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가 드러났다. 조사관으로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동부구치소의 일부 수용자는 코로나 집단감염 이전에도 수용자에 대한 통제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리방식은 수용자들의 감염 관련 우려를 경시하게 만들었을 개연성이 높다. 현장 상황이 아무리 열악하다고 해도 수용자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바탕에 있었다면 이처럼 사태가 커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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