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전방산업 수요 속속 회복..수입재 방어·친환경 공법 '담금질'
車·조선·건설 등 살아나고 美 수입장벽 낮아졌지만
'환경 규제' 발등의 불..중국산 철강 범람도 부담 여전
열연 가격 정상화 이어 수소환원공법 등 저탄소 구슬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리막 길을 걷던 국내 철강 업계가 올해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전방 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업계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제품 가격 정상화에 나서고 있고 철강 업체들을 짓누르던 미국 트럼프 정부의 수출 규제가 걷혔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기에는 이르다. 수입재 범람으로 인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등에서 부당한 산업 지원을 받은 수입재가 국내 시장 질서를 흔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것도 큰 도전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 업체들은 연초부터 잇따라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철강 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다음 달 열연(기초 철강재) 가격을 10만 원 올릴 계획이다. 이달 5만 원을 인상한 데 이어 다시 큰 폭으로 인상을 단행, 올해 들어서만 제품 가격을 20% 이상 올려잡은 것이다.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전 세계 철강 제품의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중국 경기 부양에 따른 파급 효과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발 제품 가격 강세는 국내 수입 가격의 상승을 불러와 철강 제품 가격을 조금이나마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격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제2의 수출 시장인 미국의 수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나라 밖 사정도 개선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관세 폭탄’을 매기기 위해 활용한 조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난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철강 업계의 대미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가 그동안 ‘불리한 가용정보(AFA)’ 조항을 이유로 무리한 관세를 부과해 일부 기업이 수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판결 이후 수출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철강 업계는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환경 규제’ 때문이다. 새로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 또는 기업의 제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다. 제조 공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분야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도 탄소세 신설을 검토하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내라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말했다.
철강 업계는 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실현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기술 개발과 저탄소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 부담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남정임 철강협회 기술환경실장은 “국내 고로 철강 업체들이 수소 환원 방식의 전기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투자와 매몰 비용은 110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탄소누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수입재 범람’도 해결 과제다. 국제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의 수출 기지’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고 있다. 이는 한국이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 수요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인 ‘수입침투율’이 높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의 수입침투율은 31%로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28%)보다 높다. 또 한국의 수입에서 중국 철강 의존도는 51%에 달한다. 한국은 이처럼 높은 수입침투율과 역내 무역 역조에도 수입 무관세를 적용하고 반덤핑 및 상계관세 사용이 드물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 철강재 사전 수입 신고 제도 도입과 원산지 규정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수입재 통관과 유통 절차 투명성 강화 및 주요국과 통상 마찰 사전 방지를 통해 한국이 중국산의 우회 수출 기지라는 불명예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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