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재상고 포기한' 이재용 부회장..삼성 미래 준비 차질 불가피

이성락 2021. 1. 25.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남용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상고 않기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를 포기했다.

이는 대법원에 다시 가더라도 결론이 바뀌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약 1년 6개월의 기간을 더 복역해야 한다. 재계 1위 삼성전자를 둘러싼 굵직한 의사결정이 이 기간 동안 중단되며 '암흑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은 25일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이 재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2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복역한 1년을 뺀 나머지 1년 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2022년 7월까지다. 이재용 부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한 건 법리적으로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재상고심이 열리더라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삼성의 앞날이다. 먼저 '총수 부재' 사태 속에서 대규모 투자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삼성은 2018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한차례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삼성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결정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SK, LG 등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M&A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생존을 좌우할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공격적 투자가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공통적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이 또 한 번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잃으면서 미래 준비를 차질 없이 해낼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올해 최대 30조 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 역시 공격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 내부 상황이 악화되며 불확실성이 더욱더 커진 상태다. 삼성은 평택 P3라인에 대한 투자와 함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 관련 결정을 앞두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최장 1년 6개월 동안 이어질 총수 부재 기간에 미래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글로벌 기업과의 사업 협력과 우수 인재 영입 등도 위축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 경영이 멈췄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5G 장비 납품 계약 체결 등 협력 성과를 내왔고, AI 분야 세계적 석학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 미래 인재 영입을 주도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해결사' 역할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민간외교관을 자처한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 당시 일본 비즈니스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한일 재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의료진 지원, 마스크 생산 기술 지원, 치료센터 제공 등에서 삼성이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도 위기 때 삼성이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앞서 법정 구속 후 이재용 부회장이 정부 요청 특사 자격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출국을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첫 구속 때보다 내부 불안감이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신정부 출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등 새로운 전략 마련을 위해 고민을 거듭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된 탓이다. 현재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강도 높은 비상 경영에 돌입, 각자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기업이 쉽게 흔들릴 기업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구심점을 잃었다는 게 가장 큰 위기로 볼 수 있다. 미래 먹거리를 놓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에 발생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 입장에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및 가석방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먼저 청와대 국민청원에 특별 사면을 요구하는 글이 잇달아 게재되는 등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는 가석방의 경우 8개월 정도 더 복역하면 요건인 형량 3분의 2를 넘기게 된다.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rocky@tf.co.kr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