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감소 '측정 기준'도 없는데.. 당혹스런 기재부

세종=박성우 기자 2021. 1.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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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兆 손실보전법 논란]
손실보전법 고민 나선 기재부… 형평성 논란 피하려면 측정 기준이 우선
"피해지원, 예산과 재정의 문제… 법제화되면 대처 능력 떨어져"

‘가보지 않은 길’인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를 놓고 기획재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해외에도 없는 손실보상 제도 마련에 착수했지만, 자영업자 피해를 적정하게 보상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의 ‘기준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여당에서는 전년 대비 매출액의 50~70%가량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당은 추산금액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원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한국은행이 매입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법에 보상 규모를 명기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란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25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국회에는 지난 22일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안을 비롯해 9개의 손실보상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필요 예산을 살펴보면 이들 중 민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이 월 24조70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발의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월 1조 20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작다.

민 의원이 추진하는 특별법에 따르면 보상 대상 소상공인은 집합금지 업종(손실매출액의 최대 70% 보상), 영업제한 업종(최대 60%), 일반 업종(최대 50%) 등 코로나19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과 소기업 전체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손실을 측정하는 기준점 마련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손실을 얼마나 봤는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이 소득 노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자칫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현재 정부는 카드 매출 내역이나 국세청 납세 신고 자료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분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감소가 코로나19의 피해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매출은 줄었는데 코로나19로 비용이 감소하면서, 이익은 오히려 증가한 사업자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일일히 소득을 따질 필요가 있다. 또 같은 영업제한, 금지 업종 내에서도 매출 감소 차이가 커, 지원 대상별로 보상 규모를 정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자영업자들이 소득 노출을 꺼려하는 분위기에서 얼마나 정확히 매출 감소를 파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부가세 간이과세 확대도 정확한 소득을 집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지난해 연매출 4800만원 미만의 사업자에는 부가가치세 납부를 면제했다. 올해부터는 연간 매출액 기준 80000만원까지 간이과세가 적용된다.

현행법상 간이과세 사업자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도 언제 누구에게 얼마의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했는지를 나타내는 세금 계산 근거 자료(세금계산서)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매출 감소를 확인할 과세 통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치권은 자영업자 손실 보상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재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손실보전 특별법을 신설하기 보다는 기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기존 법 안에 근거 조항을 넣고 정부 시행령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상 대상이나 기준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감염병 대응 정책에 따른 피해 보상의 근거를 법제화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보상금액 등 세부 기준은 유연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법이 없어서 지원을 못한 게 아니고 결국 예산과 재정의 문제"라며 "법제화를 할 경우, 법에 맞춰 진행돼야 하기때문에 오히려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정확한 선별지원을 할 수 있는 정교한 소득 감소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법제화 보다 더 시급한 일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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