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K바이오..알테오젠 "링거 주사 집에서 편하게 맞아요"

김병호 2021. 1. 25.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맞기 편한 피하주사 주문 쏟아져
먼저 개발한 美할로자임 맹추격
피부속 뚫고 약물전달 핵심기술
3년간 6조원 넘게 전세계 수출

◆ Rebuild 글로벌 넘버원 K바이오 ④ ◆

알테오젠이 최근 3년간 매년 한 건씩 기술 수출을 해온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ALT-B4)'는 정맥주사(IV)형 치료제를 피하주사(SC)로 변환시킬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이 기술은 미국 바이오 기업 할로자임에 이어 알테오젠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고, 현재도 두 회사가 해당 기술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정맥주사는 링거처럼 병원에 가서 의사가 환자 정맥을 찾아 2~3시간 주사해야 하지만 이를 피하주사로 바꾸면 처방 후 집에서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다. 병원 방문이 힘든 바쁜 직장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등에게 적합하다.

ALT-B4는 여러 치료제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기존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로 바꿔 신제품으로 내놓으려는 제약사들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ALT-B4를 도입하려는 업체들을 상대로 기술 수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램시마'를 출시한 뒤 피하주사로 바꾼 '램시마SC'를 내놓은 것도 피하주사의 편리성과 높은 효과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알테오젠은 2018~2019년 글로벌 10대 제약사 두 곳과 각각 1조6000억원, 4조7000억원의 기술 수출을 했다. 올해 1월에는 인도 인타스 파마슈티컬스와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합쳐 총 1억900만달러(약 1200억원)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피하주사로 바꾸는 기술은 수시간 동안 링거로 천천히 맞는 정맥주사를 짧은 시간 내에 투여해 동일한 효과를 내기 위해 피하주사를 고농도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약물 흡수가 잘 안 돼 효능과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더라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기술 개발이 상당히 까다롭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아제는 높은 난도의 단백질 공학 지식이 필요한데 우리는 2008년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이 분야에 특화된 인력을 확보했다"며 "장기간의 개발로 남들이 쉽게 따라하기 힘든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히알루로니다아제는 원래 돼지나 소, 양의 고환에서 추출한 효소로 정자가 난자와 만나 착상하기 위해 난자를 둘러싼 보호막을 분해시키는 물질이다. 동물에서 나오는 히알루로니다아제는 필러 시술 후 울퉁불퉁해진 피부를 펴주거나 안과 수술 시 병용 투여에 주로 쓰인다.

반면 히알루로니다아제를 남성 정자 끝에서 찾아내기도 하는데, 이것을 동물과 구분해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라고 부른다. 이는 동물 추출물처럼 성형 등에 쓰일 수도 있지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꿀 수 있는 효능을 갖고 있다. 몸에 맞은 주사가 효과를 내려면 약물이 피부 아래에 있는 피하층에 투과돼야 하는데 피부 속 방어기제 때문에 높은 활성을 나타내기 힘들다. 약물이 이러한 방어막을 뚫고 혈액 속으로 잘 스며들도록 일종의 길을 내주는 것이 ALT-B4 기술이다.

현재 피하주사 변환 기술은 미국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이 양분하고 있기 때문에 간편한 피하주사로 바꾸려는 글로벌 제약사들 수요를 두 회사가 나눠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피하주사로 만드는 히알루로니다아제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곳뿐"이라며 "ALT-B4는 'PH20'을 보유한 할로자임에 비해 생산성과 효소 활성도가 높고, 열 안정성과 면역원성 등 모든 면에서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업체들이 우리 기술력 수준의 히알루로니다아제를 당장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알테오젠은 올해도 글로벌 제약사들과 ALT-B4 기술 수출 계약을 여러 건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를 피하주사 변형 기술로 기술 수출할 뿐만 아니라 올해는 이를 활용해 별도 의약품으로도 내놓을 계획이다. 히알루로니다아제는 통증과 부종 완화 효과가 높다. 알테오젠은 히알루로니다아제 의약품 개발을 위해 지난해 전임상을 끝내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했다.

[김병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