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이들과 길 위에서 자란다

김경선 기자 2021. 1. 25. 16: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UTDOOR EDGE 저자와의 만남 _ 〈아이들은 길위에서 자란다〉의 작자 김선미씨
세 모녀의 3번 국도 여행길이 세간의 화제다. 곤지암 근처 시골 마을에 자연과 더불어 집을 짓고 사는 김선미씨의 네가족. 자연을 사랑하는 부부가 두 딸을 데리고 시골의 평화로운 삶을 찾아 산골을 찾은 지 7년째 되는 해, 쳇바퀴 돌 듯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에 활력소를 찾기 위해 세 모녀가 일을 벌였다. 출퇴근 할 때마다 지나는 3번 국도, 늘 무심히 지나던 그 길의 끝이 궁금해진 김선미씨. 이 길의 끝에는 어떤 세계가 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3번 국도는 인생에서 늘 작은 부분에 매달려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리네 일상과 비슷한 것 같다는 김선미씨는 산악 잡지사 기자로 한 달에 두 세 번은 전국 산천을 돌며 여행 아닌 여행을 해온 여행 베테랑. 늘 해오던 일이지만 막상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다. 결심과 포기를 반복하던 중 늘 일에 치여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던 엄마의 자리가 미안해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뜻 깊은 추억 여행을 감행했다.

3번 국도 따라 일상의 반전 꿈꾼다

3번 국도는 그다지 특이할 것이 하나도 없는 내륙을 잇는 길이다. 동해안 7번 국도처럼 절경을 이루고 있지도 않다. 3번 국도를 선택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 출발점인 3번 국도 곤지암은 현실이지만 3번 국도의 끝은 일상을 벗어난 여유의 공간이다. 평범한 여행이 싫어 큼직한 텐트를 구입해 야영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 근처인 집 앞 고샅길을 나서면 바로 이어지는 3번 국도를 따라 남쪽 끝인 경상남도 남해까지 내려간 다음, 전라남도 고흥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들어가서 다시 남쪽의 마지막 섬 마라도까지 가는 것이 열나흘 동안 딸들과 함께할 유목생활의 경로였다. 여행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악재가 겹쳐 장마철 집중 호우가 이어지면서 야영생활이 쉽지 않았다. 빗속 야영도 불사했으며 물가 야영지에서는 갑작스럽게 불어난 냇물에 벼락치는 가운데 혼자 텐트를 철수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속에 힘든 야영 생활을 하면서 위안이 됐던 것은 아이들의 배려였다. 어른도 지치는 여행 일정에 어린 두 딸과 잦은 충돌은 길 위에서 눈물의 심파극을 찍는 헤프닝을 만들기도 했지만 엄마를 돕기 위해 애쓰는 딸들의 배려가 하루 하루 깊어지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편견 깨는 생생한 체험학습 병행

여행이 깊어질수록 얻어지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생전 처음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기사가 아니라도 기사식당에 갈 수 있다’는 사실, 무섭기만 하던 경찰서가 ‘깡패나 우글대는 무서운 곳’ 아니라는 사실은 체험을 통해 편견을 깨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의 어린 두 딸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질수록 엄마의 여행은 점차 생기를 띠었다. 어린 두 딸은 자신들의 모험담을 소중하게 일기로 기록하고 있었다.

때로는 두렵고 쓸쓸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아늑하기도 한 모험담이 평생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여행 끝자락, 아이들은 ‘다시는 여행을 하지 않겠다’, ‘죽어도 야영은 안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가자고 조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는 김선미씨. 이제는 새로운 도로표지판만 보여도 “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올까?”라고 묻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여행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결정은 신중, 결단은 신속하게 진행

열 나흘간 세 모녀의 여행은 길 위의 모험이었다. 모험은 늘 두려움을 앞서게 하기 때문에 김선미씨 역시 떠나기 하루 전날에도 수 십 번씩 마음을 바꿔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충전해 결단을 내는 순간 이미 여행의 대부분은 성공한 것이라는 김선미씨는 부모님에게 자녀들과의 여행을 추천한다. 자랄수록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들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아이들과 생활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었던 열 나흘이 아이들에게보다 스스로에게 더 큰 힘이 됐다는 김선미씨의 고백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김경선 기자 / skysuny@outdoornews.co.kr

Copyright © 월간 아웃도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